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바름 Mar 06. 2024

47세 필라테스 운동하기

개인 필라테스 첫 수업을 했다.



개인 필라테스 첫 번째 수업 날이다. 

수업 전에 인바디와 3D체형 분석을 받고 상담 직원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최근 몇 개월간 운동과 식단에 소홀한 결과를 인바디 측정 후 수치와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살 빼야 해!  지방 비율 늘어난 거 봐. 하...'  몸관리를 소홀했던 나를 탓하며 필라테스로 제대로운동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을 해본다.


상담직원은 내 인바디 결과를 보며 운동 시작 전 인바디가 이렇게 좋은 분은 별로 없다며, 연배도 있으신데 몸관리 잘했다고 칭찬을 해준다.


연배... 인바디 기록지 상단에 만 47세라는 나이가 떡하니 찍혀있다. 직원은 20대 후반, 많아도 30대 초반으로 보인다. 내 나이를 보고 연배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연배라는 단어가 어색하다.

나는  "연배.. 연배.. 그러네요..."라며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직원은 살짝 당황한 듯 "아... 젊은 분들 중에도 이 정도 인바디는 흔하지 않아요~ 회원님이 관리를 진짜 잘하신 거예요"란다.  감사하다며 웃긴 했지만, 인바디 결과지에 찍힌 몸무게와 지방량이 계속 눈에 거슬린다.


처음 만난 필라테스 강사는 20대 후반 정도로 보인다. 예쁘긴 하지만 상냥한 인상은 아니다. 눈매가 날카롭고, 빨간 립스틱을 바른 얼굴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크지 않은 키에 단단한 체형을 가졌다. 전문가 느낌이 난다.


강사는 등록하기 전에 직원이 작성한 면담지와 바디측정 결과를 보며 나에게 간단한 질문과 답변을 했다. 

"회원님 체형에서 가장 고민이 어느 부분이시죠? 허리디스크 초기라고 하셨는데 병원에는 가 보셨나요? 통증 강도는 어느 정도이신가요?"

그리고 거울 앞에서 기립 자세, 수평으로 팔 들기, 등 뒤로 팔 올리기 등의 동작을 시켰다. 그리고 내 몸의 유연성과 근육 긴장도, 자세와 신체 변형 정도를 꼼꼼하게 살폈다.


첫 번째 수업이니 근육 긴장부터 풀어야 한다며 폼롤러를 이용해 목근육, 겨드랑이, 승모근 풀기를 시켰다. 

나는 강사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내가 집에서 늘 하는 거잖아. 첫 수업이라  본격적인 운동은 안 들어가는 건가. 그래도 비싼 돈 주고 이런 거 하기는 좀 아까운데...' 비싼 돈 내고 받는 강습이기에 나는 내가 아는 흔한 몸 풀기 말고, 다른 특별한 동작을 원했던 내 기대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강사 말에 따르면 나는 서 있을 때 코어에 힘을 주기보다 몸을 앞으로 내밀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몸에서 가슴 부분이 이완되어 있고 그에 대한 보상작용으로 가슴 위쪽에 있는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고 한다.


강사는 기본적으로 동작을 할 때 가슴과 갈비뼈 윗부분이 수축할 수 있도록 자세를 요구했다. 가슴과 갈비뼈 상단을 수축해 볼펜을 집어준다는 느낌으로 몸을 움직이라고 했다. 강사의 설명대로 하려고 노력해도 제대로 된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강사가 시키는 대로 수축하기 위해 힘을 주니 나도 모르게 등이 굽어졌고, 가슴에 힘을 줄수록 어깨에도 힘이 들어갔다. 기본적인 자세부터 만만하지가 않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앉아서 목 푸는 동작을 하는동안에도 나는 계속해서 강사의 지적을 받았다. 내 목이 자꾸 앞으로 빠진다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감도 안 잡힌다. 강사는 답답하다는 듯 자기 모습을 보라며 닦달했다. 그대로 따라 하라고 했지만 잘 안 됐다. 강사의 말투와 손길이 점점 거칠어졌다. 슬슬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다. 강사 말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내 몸이 답답했고, 강사의 진짜 속 마음은 모르겠지만 동작을 제대로 못하는 내게 짜증을 내는 것 같았다. 속상했다.


드디어 50분 수업이 끝났다. 나는 출석부에 사인을 하며 말했다.

"선생님께서 시키는 자세가 안 나와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어렵네요."

강사는 처음이라 힘주는 방법을 몰라서 그렇다고 했다. 원래 재활이 어렵다고 했다. 

내가 배우는 게 재활인 건가... 궁금했지만 다음 수업을 바로 진행하셔야 하는 거 같아 필라테스 룸을 나왔다.


안내 데스크 직원이 첫 수업 어떠했냐고 물어본다. 좋았다는 말을 하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시키는 동작이 안돼서 스트레스받는다고 했다. 직원은 또 당황한 표정으로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인터넷으로 찾아봤던 필라테스 수업 후기들은 모두 칭찬이었다. 필라테스 시작 하기를 너무 잘했다고도 하고 힘들고 몸이 바뀌는 기분이라고들 했다.

필라테스 첫 수업을 마친 나의 솔직한 심정은?  허무하고 씁쓸하다. 50분 수업을 하면서 운동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폼롤러로 목어깨 풀고, 가슴 아랫부분 힘주며 어깨 열기, 목 스트레칭, 폼롤러 위에 누워 등에 힘주면서 어깨근육 풀기, 겨드랑이 림프절 마사지 정도가 전부다.


기대를 잔뜩 품은 첫 수업은 수업에 대한 약간의 실망과 나 스스로에 대한 짜증스러움에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필라테스 첫 번째 수업, 들뜬 마음으로 시작했건만 속상한 마음에 기분도 가라앉았다. 


처음이라 그럴 수 있다. 나는 뭐든 몸으로 배우는 것에 대한 속도가 느리지 않던가.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체형교정으로 예뻐진 몸과함께 퇴근 후에도 통증없는 등과 어깨를 기대해 본다. 비싼 돈 주고 큰 마음먹고 시작한 필라테스이니만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앞으로 필라테스 수업 후 생기는 내 기분과 몸의 변화를 데이터로 작성하며 조금씩 달라지는 변화를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세대별 혼밥을 대하는 자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