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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바름 Feb 26. 2024

세대별 혼밥을 대하는 자세

당신은 식당에서 혼자 밥 잘 드시나요?

나이 70인 엄마는 식당에서 혼자 밥을 못 드신다.  엄마는 매주 2번씩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치료가 끝나면 보통 점심시간이 된다. 점심은 병원을 같이 다니는 친구분과 밖에서 함께 드시거나, 집으로 돌아와 밥을 챙겨드신다. 어느 날은 한의원 치료가 끝나고 배가 너무 고프셨단다. 그런데 아무리 배가 고파도 혼자서는 식당에 들어가지도 못하겠더란다. 길거리 음식이라도 먹어볼까 하고 인근 시장을 들렀지만 시장을 한 바퀴 돌면서도 끝내 아무것도 사 먹지 못했단다.  70 평생을 살면서 한 번도 혼자 식당을 가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절대 못할 거 같다고 하신다.


고등학생인 10대 딸아이는 혼밥이 익숙하다.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를 하다가 배가 고프면 혼자 밥을 사 먹는다. 분식집도 가고,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이나 컵라면도 사 먹고, 도시락 전문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기도 한다. 한 번은 초밥이 먹고 싶어 동네에 있는 초밥 맛집에서 혼밥을 했단다. 초밥집에서 혼밥 할 땐 조금 어색했다지만, 대체로 혼자 밥 먹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40대 후반인 나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혼자 밥 먹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지금도 물론 밖에서 혼밥을 자주 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어쩔 수 없이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식당이나 패스트푸드점을 찾아간다. 요즘은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사람이 많다. 예전과 달리 혼밥 하는 모습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혼자 식사를 하는 사람을 보면 대개 2~30대 젊은 사람들이다. 우리 엄마처럼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혼자 밥을 드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긴 하다.


배가 너무 고파 쓰러질 거 같아도 절대 혼자서는 밥을 못 먹겠다는 우리 엄마는 평소 성격이 호탕하고 목소리도 큰 여장부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건 절대 못하겠단다. 이유를 물어보니 혼자 밥을 먹고 있으면 남들이 당신만 쳐다볼 거 같단다. 그래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을 거 같다고 하신다. 요즘엔 혼자 밥 먹어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으니 한번 시도해 보라고 해도 절대로 못하겠단다.


"왜 혼자서 밥을 못 먹어~" 라며 웃으며 엄마에게 말하지만 사실 나도 그랬다. 대학 다닐 때(지금으로부터 20년도 훨씬 더 지난 시절이다)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게 되면 밥 먹기가 힘들었다. 구내식당도 있고 매점도 있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앉아 밥 먹을 용기가 없었다. 왠지 처량했고 친구 없이 혼자 밥을 먹으면 왠지 왕따 같이 보일거 같았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지금 다니는 직장은 점심을 팀별로 먹으러 간다. 점심시간이면 구내식당과 인근 식당이 회사 직원들로 가득 찬다. 혹시 혼자 밥을 먹다가 여러명 왁자하게 들어오는 회사 직원들과 마주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 만약 혼자 밥을 먹어야 하게 된다면 회사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거나, 그날 점심은 안 먹고 거를 거 같다. 저녁에 야근할 일이 있어 혼자 남겨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아는 직원들에게 내가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웬만하면 혼자서는 밥을 안 먹게 된다. 내가 혼자 밥 먹는 모습이 남들 눈에 처량해 보일거 같아 싫다. 그러고보니 70대 엄마가 혼자 밥을 못 드시는 이유와 동일하다. 전혀 낯선 장소의 이방인이 되면 남들 눈 의식 하지 않고 밥을 잘 먹지만 아는 사람이 많은 익숙한 장소에서는 혼자 밥 먹는 게 꺼려진다. 나는 남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임이 확실하다.


요즘 MZ세대들은 혼밥은 물론이고 노래방, 영화관람 같은 문화생활부터 여행까지 혼자서 잘 다닌다. 내 눈에는 혼자서 뭐든 잘하는 요즘 세대들이 독립적이고 씩씩해 보여 부럽기도 하다. 나는 지금까지 혼자 여행 가 본적이 한 번도 없다. 지금 생각으로는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거 같다. 여행지에서 좋은 풍경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쓸쓸하고 외롭다. 혼자서 뭐든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세대차이기도 하고, 사람의 성향차이기도 하겠지만 과거와 현재의 사회 분위기와 개개인의 생각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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