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스 : 두 거대한 신관의 전쟁(2)

<바이킹스>로 보는 기독교

by 커피탄 리

라그나와 엑버트


라그나와 엑버트 왕, 드라마에서 두 사람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맞수로 묘사된다. 비슷한 사고 회로를 가진 두 남자는, 극 중에서도 비슷한 부류의 사람으로 등장한다. 두 사람이 처음 마주치게 된 것은, 라그나가 린딘스판 섬에 이어 노섬브리아의 에일라 왕국을 침탈하고 난 이후이다. 그때 라그나는 백작으로서 호릭 왕을 수행하며 웨섹스 공격에 참전했는데, 엑버트의 로마식 목욕탕에서 처음 마주하게 된다. 두 사람은 목욕하며 협상한다. 하지만 보그 백작이 라그나가 없는 사이 카테카트를 침략하고, 그 소식을 들은 라그나는 군사들을 이끌고 즉시 귀국한다. 엑버트 왕은 남아 있는 호릭 왕의 바이킹들을 기습해 섬멸하고 애설스텐을 포획한다. 이때, 애설스텐은 십자가형에 처한다. 그가 죽어가고 있을 때, 엑버트가 무슨 예지였는지 모르지만 그를 십자가에서 내린다. 이후, 그는 엑버트의 왕궁에서 머물며 채색 삽화를 제작하는 일을 한다. 라그나는 보그 백작의 일을 처리하고 다시 호릭 왕과 함께 웨섹스로 돌아온다. 그들을 맞은 엑버트 왕은 책에서 읽은 로마인의 병법대로 바이킹 군대를 요리한다. 그는 샤를마뉴식의 이지를 따르는 왕으로 로마제국을 흠모하는 인물이다. 전쟁에서 일단 승리한 후 엑버트는 애설스텐을 사자로 보내, 협상을 제의한다. 이후 애설스텐은 다시 라그나의 곁에 머물며, 웨섹스 출장 때마다 라그나의 배를 타고 웨섹스로 향한다. 호릭 왕이 라그나를 치려다가 도로 된통 당하고 나서, 웨섹스의 엑버트 왕과 왕이 된 라그나 사이에 본격적인 회담이 오간다. 당시 남서부의 웨섹스는 북쪽의 노섬브리아와 혼인 동맹을 맺은 관계이고, 두 세력은 섬 중부의 머시아 왕국을 병합하려는 계획이 있다. 그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 그들은 라그나의 바이킹 세력에게 힘을 빌려줄 것을 제안하고, 대신 농사지을 땅을 내어주겠다고 한다. 해서 라그나의 전처 라게타는 그 농지를 관리하게 된다. 엑버트 왕은 바이킹 족과 아들 에설울프가 이끄는 웨섹스 군대가 머시아를 공격하는 동안, 라케타와 목욕탕에서 사랑을 나누고, 애설스텐과 자신의 며느리 주디스가 통간하는 것을 묵인한다. 주디스는 노섬브리아와 혼인 동맹으로, 남쪽으로 오게 된 비운의 공주이다.

이 웨섹스 왕의 속은 짐작할 수가 없다. 애설스텐과의 관계로 아이를 밴 주디스가 출산하자, 그 직후에 종교 재판이 열린다. 종교 재판에서 아이 아버지의 이름이 애설스텐이라는 것을 듣고, 그는 당장에 재판을 멈추게 해 주디스를 살린다. 이후, 그는 지지기반이 없는 주디스와 그의 아들 알프레드를 보호해 주는 대가로 주디스의 몸을 요구한다. 주디스는 그의 조건에 응낙한다. 이 모든 일이 다 왕자 애설울프가 전쟁터에 가 있을 때 생긴 일이다. 처음에는 억지로 그의 수청 요구를 따르지만, 주디스는, 엑버트 왕이 그녀에게 ‘자유’를 주자(엑버트 왕은 여자에게 허락되지 않은 일인 채색 삽화 일을 주디스가 배우게 함으로써, 그녀 인생의 첫 자유를 맛보게 해 준다.) 이내 마음 문을 연다.

엑버트 왕은 라그나와의 조약으로 맞아들인 바이킹 농부들을 애설울프를 보내 학살한다. 애설울프가 귀족들과 함께 일을 벌이고 돌아오자, 이 일을 빌미 삼아, 왕은 화를 내며 마음대로 행동한 귀족들을 모두 감옥으로 보내버린다. 이후 라그나는 그 일을 알게 되고, 소식을 전한 농부를 살해함으로써 입막음한다.

이즈음에, 라그나를 따라간 애설스텐이 플로키에 의해 살해당한다. 웨섹스 왕 엑버트는, 애설스텐이 웨섹스에 있을 때, 분에 넘치는 권한을 주며 그를 돌봐준다. 엑버트가 사랑한 유일한 두 사람이 바로 애설스텐과 주디스이다. 애설스텐은 사후, 환상으로 엑버트 앞에 나타나고 엑버트 왕은 그의 죽음을 직감한다.

라그나는 파리 침략에 사활을 건다. 파리에 두 차례나 원정 출정하지만, 두 번 다 실패로 끝난다. 그가 웨섹스의 엑버트 왕과 마주치는 것은 죽음을 앞뒀을 때이다. 두 왕은 수십 년 만에 웨섹스 왕궁에서 만나게 된다. 한 사람은 상석에서, 한 사람은 철창 안에서 서로의 의중을 헤아리려 하지만, 헤아려질 리가 없다. 두 사람은 비슷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엑버트 왕은 라그나를 철장에서 풀어주고 최후의 대화를 나눈다. 그들의 대화 속에는 애설스텐이 살아 있다. 라그나가 노섬브리아로 끌려갈 때, 엑버트 왕은 맨발로 해안과 숲을 걸어 노섬브리아에 이른다. 그 사이 왕은, 라그나를 올려 보낼 때보다 몇십 년이나 늙어 있다. 그는 영혼의 상대 라그나의 죽음 앞에서 고개를 떨군다.

더욱 늙고 초라해진 엑버트. 라그나의 죽음 소식을 전해 들은 라그나의 아들들은 대규모 복수를 준비한다. 그들은 이교도 대군세로 노섬브리아를 정복한 뒤 웨섹스까지 내려오려 하고 있다. 그즈음에 엑버트가 한 일은 손자 알프레드를 왕으로 만드는 일이다. 과거 그는 알프레드를 로마로 보내면서까지 자기 아들의 뒤를 이을 후계로 삼는 일에 열심이었다. (실제로 알프레드는 로마에 두 번 여행하게 되는데, 드라마에서는 한 번으로 묘사된다) 그는 알프레드에게 독서와 경청의 중요성과 통치술을 직접 가르친다. 알프레드가 역사와 달리 극에서는 애설스텐의 씨로 등장하는 것에 비춰볼 때, 이 노회한 웨섹스 왕의 애설스텐 사랑은 정말이지 진심이었다. 왕은, 이교도 대군세를 앞에 두고 처자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피신시킨 뒤, 자신만 왕궁에 홀로 남는다. 수십 년 동안 자신을 보필한 주교와 포도주를 마시며 조용히 최후를 기다린다. 그 뒤 바이킹들에게 동 앵글리아 땅을 할애한다는 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목욕탕에서 팔을 그음으로써 최후를 맞는다.


이두와 애설스텐


중국인 노예 이두와 노섬브리아 출신 노예 애설스텐은 모두 라그나라는 인물을 사이에 두고 회전하는 목마 같다. 애설스텐이 죽은 뒤, 이두는 라그나의 마음의 한 자리를 채워두는 듯 보인다. 아우슬라그와 하바드의 간통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불신 등으로, 라그나 왕은 중국인 노예 이두를 가까이한다. 그는 그녀의 비밀을 알려고 하지만, 그녀에게 모든 것을 열어 보이진 않는다. 그녀에게 자유를 주지만, 그녀를 노예에서 해방해 준 것은 아닌 것처럼. 애설스텐에게 점차 매료되었던 라그나가 이두에게는 매료되지 않았던 것은, 함께한 시간의 차이 때문일까. 아니면, 라그나를 협박함으로써 그의 사랑을 쟁취하려 했던 이두와 달리 애설스텐은 사랑을 차지하려는 욕심을 내지 않아서일까.

이두와 애설스텐의 위치는 비슷할 수 있지만, 두 사람의 인간성은 너무도 차이가 난다. 이두는 자신의 외로움을 ‘라그나’라는 존재로 채우려 하며,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그것을 지키기 위해 마약을 사용하는 것까지도 개의치 않는 인물이다. 반면 애설스텐은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신앙이다. ‘오딘이냐 그리스도이냐, 누가 참 신이냐’가 그의 인생의 주제이다. 나머지 인물들은 그가 신앙을 알아차리는 여정을 보내며 스치게 되는 인물들일뿐이다. 엑버트도 라그나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애설스텐을 향한 라그나의 사랑이 너무 컸기에, 애설스텐이 라그나를 떠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애설스텐이 떠난 뒤, 라그나는 실존적인 고독을 느낀다. 이두가 애설스텐의 몫을 대신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를 가까이 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두는 라그나의 기대를 산산조각 내 버린다. 그녀는 마약을 빌미로 라그나에게 웨섹스 정착 농부들의 일을 다 불어버릴 거라고 협박한다. 결국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왕의 사랑이 아니라 역린이다.

물론, 이두는 불운의 캐릭터이다. 이역만리 타지로 잡혀 와서 노예생활을 하게 된 당나라의 왕족이 이두이다. 라그나가 먼저 그녀에게 접근했고, 그녀는 라그나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채우길 원한 것이 애정과 외로움일지언정, 그녀는 라그나에게 집착하고, 마약으로 그의 약점을 이용해 그를 좌지우지하려 한다. 파리 전투에서 패하고 온 바이킹들이, 불타고 있는 야영지에서 모두 자기의 가족을 껴안을 때, 이두만 안길 사람 없이 망연히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라그나는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이후 약에 중독되어 통증을 느끼는 라그나 (이것도 그녀의 자업자득이다.)는 그녀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녀에게서 약만 찾는다. 그녀는 약으로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한 것이다. 그 동력은 상대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이다.

작가의 이전글괴테와 나 그리고 아름다운 것을 향한 영원한 동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