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anji Mar 04. 2019

스타트업 브랜딩, 인터뷰 부터 시작했다

스타트업 디자인 일기 #1


저는 스타트업 'Common Computer'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내에서 CI(Corporate Identity)정립과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제가 밟아가는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블로깅을 시작했습니다. 이 글이 정식으로 브런치에 연재하는 CI 프로젝트의 첫 번째 글입니다. 계획과 인터뷰, 그리고 그 수확물을 편하게 기록했습니다. 




스타트업의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흐른다. 이곳에서의 내 주요 업무는 CI 브랜딩과 서비스의 Visual Identity 정리였으나 업무의 우선순위에 밀려 조금 늦게 출발선을 끊었다. 이 곳의 디자이너는 나 뿐이기에, 다른 업무들과의 밸런스를 잘 맞춰서 '기간 안에' 무사히 끝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계획이란 건 원래 무너지라고 있는 것이지만,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달력을 꺼내서 큰 일정부터 짜보았다.


발로 쓴 일정표...


이전 직장에서 브랜딩 프로세스를 밟아봤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그 때의 스케줄을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물론 난 쪼다 디자이너라 10년차 디자이너분들이 이 계획을 본다면 코웃음을 칠 수도 있지만, 난 나만의 길을 간다.


인터뷰 기간 : 1-2일

레퍼런스 리서치 / 컨셉 방향 도출 / 스케치 : 1주-2주

시안 작업 : 2주

확정 시안 보완 작업 /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 2주


이 정도를 대략의 스케줄로 설정해 한 달 반을 프로세스 기간으로 잡아놓았다. 하지만 아마 실질적인 시안 작업이나 보완작업 기간은 더 길어야 할 것이다. 이 곳은 스타트업이기에 프로덕트에 필요한 디자인이나 마케팅에 필요한 디자인 등등 더 급한 여러 업무가 들어오면 계획이 자주 밀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많이 밀렸다...큰일이다. 




우선 계획의 순서대로, 사내 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Common Computer(이하 ComCom)의 큰 기둥이 되어주시는 분들 위주로 대표님, COO님, PM님, 프로덕트 디벨로퍼 3분. 총 여섯 분을 인터뷰했다. 


질문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1. comcom은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회사의 목표는?)
2. comcom이 서비스가 타겟팅하고 있는 주요 고객층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3. comcom의 서비스로 고객층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요?
4. comcom만이 할 수 있고, 하고 있고, 하고 싶은 것은?
5. comcom이 꼭 가져가야 할 키워드 3가지를 꼽자면? (ex.쉬운, 신뢰할 수 있는, 재밌는 등등..)
6. comcom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형용사 혹은 이미지를 3가지 이상 나열해주세요
7. comcom은 어떤 인상이 어울릴까요? 아래 표를 참고해서 체크해주세요(도표 참고)
8. comcom이라는 곳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혹은 바라는 모습이 있다면?
이미지는 살짝 올드하지만 기준이 잘 나뉘어져 있다. 출처는 글 아래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타이핑과 음성메모를 병행했다. 질문지는 인터뷰 전날에 미리 공유해드렸고, 이를 바탕으로 진행했다. 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남겼던 기록이 사라지는 게 아까워서, 사람들과 공유할 겸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글로 추려보았다.




Common Computer는 어떤 사람들을 돕고 싶은가. 우리의 주요 고객층은 누구인가.


타인에게 가치있는 무언가를 공유하거나 제공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타겟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두 서비스는 성격이 정말 다르기 때문에 고객층의 성격도 다르다. 각각 설명하자면,  AI Network 소프트웨어 서비스 개발자/운영자/머신리소스 제공자이고, aFan은 미디어 창작자, 창작물을 좋아하고 소비하는 사용자다. 

지금까지는 개발자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말하는 게 협의의 의미가 컸다. 앞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를 다룰 수 있게 될 것이고, 어디서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들 혹은 개발자들이 많아질 것이다. 꼭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니즈가 있고 만들고 싶은 게 있는 사람들, 컴퓨터를 이용한 연산이 가능하고 창조를 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 서비스의 타겟이다. 개발자들이 우리가 만드는 플랫폼을 활용해서 솔루션을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는 컴퓨팅자원이나 연산지능 자원을 개인에게 열어준다면,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아서 멋진 것들을 많이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Common Computer의 서비스로 사용자들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


큰 이점은, 본인이 갖고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적절한 가치로 측정해 판매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컴퓨터 자원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수 있고, 채굴을 하지 않더라도 머신을 임대해서 돈을 벌 수 있다. 내가 만든 창작물들을 직접 시장에 내다 팔지 않더라도 팬들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음으로써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ComCom의 프로덕트는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될 것이다. 내 모든 행위가 가치가 되는 것이다.



Common Computer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는 목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 쪽에서만 사용하는 게 아닌, 우리가 다루는 컴퓨터 세계에서 더 의미있게 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끼리 서로 교류하고, 이용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쓸 수 있는 컴퓨터라는 의미로 회사의 이름을 'Common Computer'라고 정했다.  

많은 한국의 회사들을 보면, 정답을 따라가는 경향 혹은 남이 하고 있는 것을 따라가는 경향이 많다. ComCom은 오히려 그걸 거부(?)하는 것같다. 우리는 비전을 제시하고, 실제로 구현해서 보여줄 수 있다. 무엇이 맞는지 고민하고, 맞다고 믿는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이게 ComCom의 유니크함이다. 당장은 사람들이 우리의 프로덕트를 어려워 할 수 있다. 또 우리 스스로가 세운 목표나 기준에 충분히 도달하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간을 꾸준히 쌓아나가서, 우리의 방향이 맞다라는 걸 입증하고 싶다. 가치망 플랫폼을 만들고, ComCom이 사라지더라도 잘 돌아가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다.

아이폰의 목표가 모든 사람의 손 안에 모바일 컴퓨팅 기기가 올라가는 것이지 않았나. 이것은 가치를 소비하는 것이지만, 우리의 서비스는 그에 더해서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자'들까지 만들 수 있다. 모두가 컴퓨팅 기기로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가치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가 되어 돈을 벌거나 액티비티를 할 수 있다. 우린 사람들이 이를 더 쉽게 이루도록 돕는 이네이블러가 되는 게 목표다. 




Common Computer가 어떤 생각을 가진 곳인지에 대해 잘 설명될 듯 하다. 내가 준비한 설문지에 비해 너무나도 좋은 답변을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다...이럴 줄 알았으면 질문지를 더 촘촘하게 짤걸...나만 잘하면 된다...나만...

...이어서 도표 설문의 결과다. 모든 분들의 선택을 평균점으로 모으니 대략 이렇게 나왔다.



그리고, 인터뷰를 진행하며 반복되어 나오던 키워드와 하나로 묶이는 키워드를 디자인 아이데이션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확실한 단어로 축약했다. 나만의 기준은 #core, #power, #metaphor, #vibe.


core : Open / Share / Measure / Value 
power : Materialize / Development / Enable
metaphor : Pioneer / Pathfinder
vibe : Clear / Shaped / Calm / Potent / Curious


심플하게 정리하자면, 1주일의 수확은 이러했다. 계획을 잡고, 질문지를 만들어 인터뷰를 한 후, 디자인의 중심이 될 키워드까지 도출되었다. 이를 토대로 리서치와 스케치를 시작할 차례다. 이미 순서가 많이 늦었지만, 속도를 내자! 핀터레스트로 달려간다!






디자인 대학 학부생 시절 코딩을 배운 적이 있고(아두이노라 별로 쓸 일이 없었다), 공대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도 해보았었지만 난 그저 문과생일 뿐이었다. 게다가 한 때 가구 디자이너와 회화 작가를 꿈꿀 정도로 지극히 아날로그 프렌들리한 사람이었다. 컴퓨팅, 블록체인 등등 이런 영역은 죽을 때까지 친숙해지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테크 스타트업의 구성원이 되었고, 지금껏 내가 알던 세상에서 조금씩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매일 매일 나는 새로운 것을 듣고, 보고, 하고 있다. 앞선 인터뷰의 내용처럼,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사람들이 한번에 듣고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일 수 있지만,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역할 비중이 크다. 나 또한 ComCom의 지향점 만큼이나 가치를 만드는 일이 좋아서 디자인을 좋아하는 것이니까. 어떻게든 밥값은 하리라! 다음 포스트에서는 지향하는 이미지 레퍼런스와 스케치, 아이데이션 과정, 대략의 시안 정도까지 공유될 것 같다.






[참고]

https://medium.com/ai-networkkr/aincloudbeta-1-openresource-kr-87043faad46

https://library.gv.com/the-three-hour-brand-sprint-3ccabf4b768a

https://brunch.co.kr/@nlbo/1

http://www.ditoday.com/articles/articles_view.html?idno=2234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