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한복판에서 출발한 관광 정책·데이터 컨설팅 기업 ㈜코스트(KOST). 이영근 대표는 스스로를 “여행업과 기술, 커뮤니티를 모두 경험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여행 동호회 운영자에서 대형 여행사 실무자, 모바일 플랫폼 창업가를 거쳐 관광 정책 컨설턴트에 이르기까지 그의 이력은 한국 여행산업의 변화 과정을 그대로 관통한다.
이 대표를 만나 여행업의 구조적 위기, AI와 데이터의 본질, 그리고 2026년을 향한 관광 트렌드를 물었다.
Q. 먼저 ㈜코스트에 대한 소개와 사업 영역을 간단히 설명해달라
A. 코스트는 팬데믹이 시작되던 시기에 설립된 회사다. 당시 관광산업이 구조적으로 큰 위기에 직면해 있었고 단순 사업 지원이 아니라 관광 정책과 산업 전반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국경영인증원 용역으로 한국관광공사 관광기업지원센터장(서울)을 맡고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연구원과 현업 전문가 약 50명과 함께 관광 정책 컨설팅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
Q. 처음부터 관광·여행업계에 몸담았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A. 맞다. 시작은 ‘커뮤니티’였다. 1999년 여행 동호회를 만들었는데 ‘다음’ 카페 전체 랭킹 5위까지 올라갈 정도로 성장했다. ‘여행꾼들의 방’이라는 카페였다. 이 활동을 통해 여행이 자연스럽게 본업이 됐고, 이후 하나투어 자회사와 웹투어 등에서 실무를 경험하며 여행업을 본격적으로 이해하게 됐다.
Q. 플랫폼과 기술 쪽 경험도 상당히 독특하다
A.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접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 모바일 중심의 세상이 올 것이고 여행도 결국 모바일 커머스로 바뀔 것이라고 봤다. 2009년 창업에 도전했고 배달앱 ‘철가방’의 공동대표를 맡아 투자 유치와 앱 개발을 경험했다. 이후 여행 플랫폼 ‘넥스트 플랫폼’을 설립하며 호텔 실시간 예약 모델을 제시했다. 당시에는 기술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 한계도 있었지만 플랫폼·기술·여행·커뮤니티를 모두 이해하게 된 중요한 경험이었다.
Q. 최근 여행업계를 거시적으로 보면 어떤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보나?
A. 기술의 보편화와 개인화 대응이 핵심 이슈다. 특히 AI는 2030년 전후로 여행업계에서 사용하지 않는 기업이 없을 정도로 일상화될 것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구조적으로 대응하느냐다.
Q. 지금 여행업의 위기는 수요 문제인가, 비즈니스 모델 문제인가?
A. 구조적인 비즈니스 모델 문제다. 인력 구조, 조직 방식, 시스템 도입이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구조를 바꾸지 못한 기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본다.
Q.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막론한 문제인가?
A. 모두 해당된다. 다만 대응에 따라 결과는 다르다. 하나투어의 경우 팬데믹 시기에 과감한 구조조정과 고가 상품 중심 전략으로 수익 구조를 재편했다. 반면 과거 방식을 고수한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흥미로운 사례로, 저가 쇼핑 관광으로 운영했던 모 인트라바운드 여행사가 최근 고급 상품과 프리미엄 가이드를 도입해 큰 성과를 냈다. 저가 고객도 상황에 따라 고가 상품을 구매한다는 점을 읽어낸 것이다. 저가와 고가를 동시에 운영하는 ‘듀얼 전략’이 성공한 사례다.
Q. SNS에서 강조한 ‘지능의 증강’이라는 개념이 인상적이다. 쉽게 설명해 달라
A. 범용 AI 서비스에 질문을 던지면 누구에게나 같은 답이 나온다. 경력 1년 차나 10년 차나 결과는 비슷하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나의 데이터’다. 우리 회사가 축적한 고객 데이터, 상품 데이터, 가이드 리포트, 구매 패턴 같은 특화 데이터가 범용 AI와 결합될 때 전혀 다른 답이 나온다. 이것이 지능의 증강이다.
Q. 여기서 말하는 ‘나의 데이터’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A. 고객이 어떤 상품을 언제, 얼마에 구매했는지, 선호 지역은 어디인지, 어떤 서비스에 반응하는지에 대한 모든 데이터다. 여기에 외부 보고서, 지역 데이터, SNS 데이터가 결합되면 우리만의 여행 서비스와 추천 체계를 만들 수 있다.
Q. 데이터가 없는 중소 여행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데이터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과거 신문 지면 광고를 통해 전화번호 DB를 확보했던 것처럼 데이터를 얻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 지금은 그 다음 단계로 가야 하는데 많은 기업이 거기서 멈춰 있다.
Q. 코스트는 지난 5년간 65건 이상의 지자체·기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성과 사례를 들자면?
A. 경남 거창군 사례가 대표적이다. 데이터 분석 결과 ‘감악산’ 검색량이 급증하는 현상을 발견했고 정상의 국화 경관이 이슈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를 정책 제안으로 연결했고 이후 경관 농업과 꽃을 중심으로 한 관광 정책이 추진됐다. 지금의 창포원 일대 경관농업 조성도 그 흐름에서 나왔다. 데이터가 정책 방향을 바꾼 사례다.
Q. 현재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도 있다면?
A.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 사업이다. 총 3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관광분야 국책사업으로 경남·전남·광주 지역 일부 용역의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숙박 부족, 교통 불편, 결제·정보 연계 문제가 체류형 관광을 막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관광 브랜드를 만들고 예약·결제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광주의 생활관광 브랜드 ‘무등 포레스트’가 그 예다.
Q. 여행업계의 AI 교육,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나?
A. 방향성이 없다. 용역업체가 바뀌며 교육 방향도 흔들리고, 트렌드를 과도하게 맹신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기술만 강조하는 교육은 현실성이 없다.
Q. 본인이 생각하는 ‘AX 전환’이란 무엇인가?
A. DX는 기존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것이고 AX는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AX가 도입되면 10명이 하던 일을 5명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줄어든 인력이 갈 곳이다. 관광과 연계된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 그렇게 작고 강한 기업이 점차 영역을 넓히는 구조가 된다.
Q. 기존 여행사의 몰락을 어떻게 예상하나?
A. 모두 사라지지는 않는다. 패키지 여행은 액티브 시니어 증가로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자율성을 결합한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 커뮤니티 의견을 반영한 패키지 상품처럼, 인간의 취향과 감정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Q. OTA와 여행사의 관계는 어떻게 바뀔까?
A. OTA는 단품·가격 비교 중심으로 계속 존재할 것이다. 반면 여행사는 휴먼 터치 기반의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차별화해야 한다. 가격 경쟁이 아니라 ‘왜 이 여행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Q. 코스트가 발표한 2026 관광 트렌드의 핵심은?
A. 첫째는 AX 전환이다. 둘째는 생활여행이다. 여행과 일이 결합된 형태로 한 달·6개월 체류가 늘어날 것이다. 셋째는 로컬 투어리즘의 심화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AI가 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트렌드는 콘텐츠와 팬덤이 이끄는 성지 순례형 관광이다. BTS 공연처럼 팬덤 기반 이동은 일회성이 아니다. 이를 관광 정책과 비즈니스로 연결할 구조가 필요하다.
Q. 끝으로 여행업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AI 이전에 데이터다. 우리에게 어떤 데이터가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데이터가 없으면 AI도 없다. 결국 미래의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축적한 데이터와 그것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터뷰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hBGCu3sIbIM?si=wVoEwsjB_aQ0yr-4
*출처 : 트래블데일리(https://www.travel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