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친정집 탐방기>
결혼 후 친정집에 갈 때마다 드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나의 집이긴 한데 진짜 내 집은 아닌 듯한 느낌이라서 일까?
어느덧 결혼한 지 4년 차가 되었다. 결혼을 조금 빨리 한 편이라 주변 친구들은 아직 결혼을 거의 결혼을 하지 않았고. 나는 집에서 첫째 딸이다.
집에 갈 때 묘한 설렘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 수 있겠고, 내가 사랑하는 익숙한 장소들에 가서 한 숨 돌릴 수 있겠구나. 동시에 가족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 가족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때로는 해결책을 줄 수 있는 딸이 되어야겠구나 하는.
이번에 서울 집에 갔을 땐 아빠의 상황이 조금 어려웠었고(어렵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겠지만 최대한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어려웠다) 엄마는 일과 공부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왜 우리 집은 항상 쉽지 않을까? 동시에 '내 집'에 가고 싶었다. 그토록 서울에 가고 싶었는데, 동시에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떠올리게 되었다.
언제쯤 나는 부자가 되어서 이 모든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상상도 했다.
마음이 복잡할 땐 내가 늘 가곤 했던 익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게 최선이다.
언제나 가면 마음이 편안하면서도 내가 보고 싶은 풍경들을 선사해주는 광화문.
커피와 책, 인디영화 그리고 덕수궁 돌담길.
5월에 갔던 터라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아카시아 향이 늘 만발했고 5월의 장미 역시 그러했다. 동시에 싱그러움이 곳곳에 피어났다.
이번 친정집 방문은 나에게 ‘진짜 집은 어디인가’를 알려주는 여정이기도 했다. 늘 미국에 있으며 서울을 떠올렸다. ‘그곳에 가면...’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서울이 줄 수 있는 기회들을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어디에서든 기회는 있고, 서울과 내가 살 고 있는 미국의 워싱턴 모두 어디든 완벽한 곳은 없다.
다만 나의 가족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 좁은 범위의 가족은 미국에, 넓은 가족은 한국에 있을 뿐이다.
서울에 살고 있는 내 친구들과 가족처럼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며, 가끔씩이라도 서로 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한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배웠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두 군데에서의 삶 모두 사랑하고 있구나. 어디에서 살아도 난 그저 괜찮을 수 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