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 우편'은 당신을 망치러 온 게 아닙니다.
https://youtu.be/gKTzi_MK-1M?si=cqX1lsX9O170KpKy
국세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제가 가장 많이 보냈던 편지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대표님의 책상 위에 놓여 있을지도 모를, '과세자료 해명 안내문'입니다.
보낸 사람은 아무 감정 없이 시스템에 따라 출력해서 보낸 종이 한 장일 뿐인데, 받는 사람에게는 마치 사형 선고처럼 느껴진다는 걸 세무사가 되고 나서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며칠 전 저를 찾아오신 의뢰인도 그러셨습니다. 뜯지도 못한 봉투를 손에 쥐고,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도 못 드시더군요.
오늘은 그 봉투를 뜯기 두려워하는 분들에게, 펜 대신 국세청 내부의 시선을 빌려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국세청은 아직 당신을 '탈세범'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이 안내문을 받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공포일 겁니다. "다 들켰구나." "이제 세무조사 받고 내 사업은 끝이구나."
하지만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국세청 조사관은 아직 확신이 없습니다. 전산 시스템(NTIS)이 "이 사람 매출 대비 비용이 좀 이상한데요?" 혹은 "부동산 살 돈이 없어 보이는데 샀네요?"라고 빨간 불을 켰을 뿐입니다. 팩트 체크가 안 된 상태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묻는 겁니다. 바로 과세 고지서를 날리지 않고, '해명 안내문'을 먼저 보낸 이유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보기엔 이상한데, 혹시 사정이 있으면 얘기해 보세요. 납득이 되면 넘어가겠습니다"라는 뜻이죠. 즉, 이 편지는 '최후통첩'이 아니라 '질문지'에 가깝습니다.
조사관의 책상 위에는 수백 장의 '질문지'가 쌓여 있습니다.
제가 조사관일 때를 떠올려보면, 한 사람이 처리해야 할 해명 자료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조사관도 사람인지라, 빨리 이 사건들을 종결짓고 싶어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나옵니다. 조사관이 내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짓기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요? 바로 '깔끔하고 명확한 증거'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억울한 마음에 감정을 앞세웁니다. 전화를 걸어 화를 내거나, 구구절절 사연을 적은 편지를 보냅니다. "요즘 경기가 얼마나 안 좋은지 아느냐", "내가 낸 세금이 얼만데 이러냐".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그런 호소는 조사관의 업무를 가중시킬 뿐입니다. 조사관이 윗선에 보고해서 사건을 종결하려면 감동적인 사연이 아니라, 숫자로 딱 떨어지는 '근거'가 필요합니다. 조사관이 편하게 일 처리를 할 수 있도록, 그들이 원하는 퍼즐 조각(증빙 자료)을 딱 맞춰서 주는 것. 그것이 유능한 세무 대리인이 해야 할 역할입니다.
침묵은 최악의 대답입니다.
"혹시 긁어 부스럼 만들까 봐 가만히 있으려고요."
가끔 무대응이 상책이라고 믿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건 정말 위험한 도박입니다.
국세청이 보낸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국세청은 그 침묵을 '인정'으로 받아들입니다. "아, 해명할 게 없으니 찔리는 게 있구나"라고 판단하고, 그때는 정말로 세무조사로 전환하거나 바로 거액의 고지서를 발송합니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작은 불씨가 집 전체를 태우는 화재가 되는 순간입니다.
지금이 가장 싸게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입니다.
등기 우편을 받은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대표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아직은 정식 세무조사가 아닙니다. 지금 논리적으로 잘 소명하면, 세무조사라는 태풍을 피하고 가산세도 없이 조용히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두려운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십시오. 봉투를 열고 내용을 확인하세요. 그리고 국세청의 언어로, 그들의 논리로 답변할 수 있는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세요.
생각보다 별일 아닐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별일 아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봉투'는 당신을 망치러 온 게 아니라, 더 큰 문제를 막으라고 보내온 신호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