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거래가 계속 쌓여서 비과세 기준을 넘으면 증여 입니다.
현금거래가 계속 쌓여서 비과세 기준을 넘으면 증여 입니다.
https://youtu.be/F94mMvSss9o?si=qLMUi3vn3xtZ9Xiq
반갑습니다. 국세청 출신 세무사입니다.
상담실에 오시는 분들 중 억울함에 목소리가 가장 커지는 분들이 바로 '가족 간 계좌이체' 문제로 세무조사 통지서를 받은 분들입니다.
"세무사님, 제가 저희 어머니 편찮으셔서 병원비 쓰고 생활비 하시라고 매달 돈 보낸 건데, 이게 무슨 증여입니까? 자식이 부모 봉양하는 것도 죄가 됩니까?"
"전세금이 모자라서 아버지한테 잠깐 빌린 겁니다. 갚을 거예요! 근데 증여세라니요?"
그 심정,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죄송하게도 국세청의 전산 시스템은 '효심'이나 '가족애' 같은 감정을 읽지 못합니다. 오직 **'숫자'와 '자금의 이동'**만을 봅니다. 오늘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부디 "가족끼린데 어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계좌이체를 했다가 세금 폭탄을 맞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제가 국세청에 있을 때, 이런 자금 흐름을 어떻게 포착하고 과세했는지 그 내막을 아주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1. 국세청은 모든 계좌이체를 다 들여다보고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오해하십니다. "내가 어제 동생한테 100만 원 보낸 것도 알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시간으로 모든 국민의 계좌를 감시하지는 않습니다. 인력도 부족하고, 법적 권한 문제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트리거(Trigger)'**가 당겨지는 순간, 과거 10년 치가 전부 드러납니다. 그 트리거는 바로 **'자산의 취득'**과 **'부채 상환'**입니다.
사회 초년생인 아들이 갑자기 10억짜리 아파트를 샀다거나,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가 고액의 전세 보증금을 냈다거나, 혹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상속세 조사를 시작했을 때. 이때 국세청의 시스템(PCI 시스템 등)이 작동합니다.
"이 사람 소득으로는 이 아파트를 살 수 없는데? 돈이 어디서 났지?"
이 의문이 생기는 순간, 국세청은 가족들의 계좌 내역을 요청합니다. 그때 가서 "아, 3년 전에 어머니가 전세금 보태주신 거 입금 내역이 여기 있네?" 하고 딱 걸리는 겁니다.
2. "생활비 드린 건데 증여세 내나요?"
이 질문 정말 많이 하십니다. 세법상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치료비, 생활비, 교육비'는 비과세가 맞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사회 통념'**과 **'사용처'**입니다.
부모님께 생활비로 드린 돈을 부모님이 식비나 공과금으로 다 쓰셨다면 문제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부모님이 그 돈을 아껴서 적금을 들거나, 주식을 사거나, 혹은 다른 형제에게 줬다면? 국세청은 이걸 생활비가 아니라 **'현금 증여'**로 봅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학비 보태 써라" 하고 준 돈으로 손자가 주식을 샀다면, 그건 증여세 과세 대상입니다. 즉, 받은 돈을 소비하지 않고 자산 형성의 재원으로 썼다면 무조건 과세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3. "빌린 겁니다! 차용증도 썼어요!"라는 주장이 안 먹히는 이유
세무조사가 나오면 열이면 열, 모두 "증여가 아니라 빌린 돈(대여)"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급하게 문방구에서 양식을 사다가 날짜를 조작해서 차용증을 만들어 오시죠.
제가 국세청 조사관 시절, 이런 차용증을 믿어줬을까요? 죄송하지만 99%는 가짜로 판별해서 과세했습니다. 종이 쪼가리 한 장은 아무런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국세청이 '진짜 빌린 돈'으로 인정해 주는 기준은 아주 깐깐합니다.
첫째, 실제로 이자를 지급한 내역이 계좌에 찍혀 있어야 합니다. 법정 이자율인 연 4.6%를 주거나, 적어도 은행 금리 수준의 이자가 매달 혹은 정기적으로 오고 갔어야 합니다.
둘째, 원금 상환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3년이 지났는데 원금을 10원도 안 갚았다? 이건 그냥 증여받은 걸로 봅니다.
셋째, 차용증을 작성한 시점에 **'공증'**을 받거나 우체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아두었어야 합니다. 조사가 나온 뒤에 허겁지겁 만든 문서는 효력이 없습니다.
4. 10년이라는 시간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증여세 조사의 무서운 점은 '과거'를 캔다는 점입니다. 부모님에게 5천만 원(성인 자녀 공제 한도)까지는 세금 없이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5천만 원은 '10년 누적' 합산입니다.
오늘 5천만 원을 드려서 신고를 안 했는데, 3년 뒤에 또 5천만 원을 드리고, 5년 뒤에 또 드렸다? 국세청은 나중에 이 모든 금액을 합산해서 누진세율로 세금을 때립니다. 가산세까지 붙으면 원금의 절반 가까이가 세금으로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가족끼리 돈거래, 안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려거든 '남하고 하듯이' 하셔야 합니다.
부모 자식 사이라도 명확하게 차용증을 쓰고, 매달 이자를 자동이체로 꼬박꼬박 보내십시오. "가족끼리 정없게 이자는 무슨..." 하다가 나중에 세무서에서 날아오는 고지서를 보면 그게 더 정없고 무서운 현실임을 깨닫게 되십니다.
이미 별생각 없이 큰돈이 오고 갔다면, 막연한 불안감에 떨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전문가와 상의해서 자금 출처를 소명할 준비를 하거나, 늦었지만 기한 후 신고를 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입니다.
국세청의 레이더는 생각보다 여러분 가까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