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조사팀장 출신의 세무조사대응방법

by 펀펀택스

국세청 출신이 납세자 편에 섰습니다


조사하는 쪽에 있던 사람이, 지키는 쪽으로 넘어오기까지


국세청에서 처음 조사를 나갔던 날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아침에 조사 대상 자료를 챙기고, 차에 올라타서 현장으로 가면서 느꼈던 긴장감. 사업장에 도착해서 사업자분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표정. 열에 아홉은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불안, 당혹, 그리고 약간의 분노.


"세금 다 냈는데 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

그 마음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조사하는 쪽 사람이었습니다. 자료를 보고, 모순을 찾고, 혐의점을 정리하는 게 제 일이었고, 저는 그 일을 꽤 성실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조사를 오래 하다 보면 비슷한 장면이 반복됩니다.


통지서를 받고 밤잠을 못 주무셔서 눈 밑이 까맣게 내려앉은 분. 손이 떨려서 서류를 제대로 못 넘기시는 분. "세금 더 낼 테니까 빨리 끝내주세요"라고 사정하시는 분.


물론 정말 문제가 있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았습니다. 사업을 성실하게 하시는 분들인데, 대응을 잘못해서 상황이 커진 경우. 기장 세무사분이 함께 오셨는데 조사 대응은 처음이신 게 눈에 보이는 경우. 제출하면 안 되는 자료까지 전부 가져오시거나, 무심코 하신 말 한마디가 새로운 쟁점이 되는 걸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경우.


그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저 분이 제대로 된 도움을 받았으면 이 결과는 안 나왔을 텐데.

조사관이라는 자리에서 봤던 풍경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결과가 갈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같은 유형의 혐의점인데, 어떤 사업자는 깔끔하게 소명하고 추징 없이 끝나고, 어떤 사업자는 소명을 못 해서 수천만 원을 추징당하는 걸 봤습니다. 차이가 뭐였냐면, 대부분 옆에 누가 있었느냐의 차이였습니다.


쟁점을 미리 파악하고, 자료를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조사관의 질문 의도를 읽어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그런 사람 없이 혼자 오시면, 아무리 실제로 문제가 없는 건이라도 설명이 안 돼서 꼬이는 경우가 생깁니다.


국세청을 나오기로 결심한 건, 어느 한순간이 아니라 이런 장면들이 쌓여서였습니다.

나는 조사를 잘하는 사람이지만, 지금 이 경험을 가장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곳은 반대편이 아닐까. 조사하는 쪽이 아니라, 조사를 받는 사람들 옆에서 이 경험을 쓰는 게 맞지 않을까.

그렇게 자리를 옮겼습니다.


세무사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정보의 비대칭이었습니다.

국세청은 조사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어떤 순서로 자료를 요구할지, 어떤 질문이 나오면 다음에 뭘 물어볼지, 어디서 추징 근거를 만들어내는지.


납세자 쪽은 대부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세무조사 자체가 처음인 분이 대부분이니까요.

이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게 지금 제가 하는 일의 본질입니다. 조사관이 이 자료를 왜 요구하는지, 그 질문 뒤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어떤 자료를 내고 어떤 건 내지 않아야 하는지. 같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같은 언어를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면담 자리에서도 감정적으로 호소하지 않습니다. 논리와 자료로 대응합니다. "이 거래는 이런 근거가 있고, 여기 자료가 있습니다." 이렇게 나오면 조사관도 근거 없이 밀어붙이기 어렵습니다.

요즘 해명자료 제출 단계에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거 세무조사 가는 건가요?"라고 물으시면서요.

해명자료 단계에서 잘 대응하면 세무조사까지 안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제가 조사팀장으로 있을 때 직접 봤기 때문에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소명이 깔끔하게 되면 "더 볼 필요 없다"는 판단이 내려집니다.

반대로 해명자료에서 대충 대응하면 "여기 더 파보자"가 되면서 조사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해명자료 안내문을 받으셨을 때 그걸 가볍게 보시면 안 됩니다. 가볍게 봤다가 세무조사까지 가시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세무조사 통지서를 받으셨든, 해명자료 요구서를 받으셨든, 아니면 아직 아무것도 안 왔지만 뭔가 불안하시든.


혼자 끌어안고 계시지 마십시오.

저는 조사하는 쪽에 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조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압니다. 그 경험을 이제는 납세자분들을 지키는 데 쓰고 있습니다.


펀펀택스 김서희 세무사 국세청 조사팀장 출신 � 02-6429-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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