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하나가 무너뜨린 것들

by 펀펀택스

통장 하나가 무너뜨린 것들


https://blog.naver.com/cnc_100/224230294143


통장 하나 때문에 무너지는 사업을 봐왔다.

아내 통장. 어머니 통장. 직원 통장. 거래처에서 "이 계좌로 보내주세요"라고 했던 그 통장. 장부에는 잡히지 않으니 세금도 안 나가겠지, 하고 생각했던 그 통장.


그 통장 하나가, 사업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조사팀에 있을 때 차명계좌 사건을 많이 다뤘다. 금액이 큰 건도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건 작은 금액 사건들이다.


https://youtu.be/SQblvAGGh3k?si=ksdWPRxpIrKt3BCt


수백만 원짜리. 한두 번 받은 것. 사업자 본인은 "이 정도를 누가 문제 삼겠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징은 그 한두 번에서 끝나지 않았다. 한두 번이 확인되면, 조사관은 "더 있을 것이다"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계좌 전체를 뒤진다. 3년치. 때로는 5년치.


그렇게 파고 들어가면,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던 추징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부가세. 소득세. 가산세. 현금영수증 미발급. 그리고 차명계좌 명의자인 가족에게까지 증여세 추정이 붙는다.

가장 마음이 아픈 건, 본인만 다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https://blog.naver.com/cnc_100/224222145271




통장을 빌려준 아내에게 증여세가 나온다. 부모님 통장으로 받은 돈은 부모님의 증여재산으로 추정된다. 사업자 본인은 부가세와 소득세를 추징당하고, 동시에 가족은 생각지도 못한 세금을 맞는다. 한 가지 실수가 가족 전체를 흔드는 구조다.


나는 이제 조사하는 쪽이 아니라, 조사받는 분들 곁에 서 있다. 그분들이 가져오시는 서류 뭉치를 보면서, 매번 같은 생각을 한다. "그때 사업용계좌로 받았으면 이 서류가 필요 없었는데."

지금 세무사로서 상담을 하면, 반대편에 앉는다. 그분들의 얼굴에서 같은 표정을 본다. 억울함. 그리고 후회.

"그때 통장을 안 줬으면." "그때 사업용계좌로 받았으면." "그때 세무사한테 물어봤으면."

그때는 지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여기 있다. 아직 사업용계좌를 정비할 수 있고, 아직 수정신고를 할 수 있고, 아직 전화를 걸 수 있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두 종류의 사업자를 본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찾아오는 사람과, 문제가 터진 후에 찾아오는 사람. 결과는 매번 같다. 전자는 가볍게 끝나고, 후자는 오래 끌린다.

통장 하나가 무너뜨린 것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 그래서 쓴다. 아직 무너지기 전인 누군가에게, 이 글이 닿기를 바라면서.


통장 정리는 오늘 해도 늦지 않다. 내일은 모른다.

상담실에서 마주한 분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표정이 있다. "이걸 왜 진작 안 했을까요." 사업용계좌 신고는 5분이면 끝난다. 수정신고도 결심만 하면 일주일이면 된다. 그 5분과 일주일을 미룬 대가가 수천만 원의 추징이라니. 세상에 이렇게 비싼 미루기가 또 있을까.


이 글을 읽는 누군가의 5분이, 수천만 원을 지켜주기를. 그리고 혹시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아직은 아닙니다. 수정신고라는 기회가 남아 있으니까. 다만 그 기회도 세무조사가 시작되면 사라집니다. 움직이실 거라면, 지금이 마지막 타이밍입니다. 전화 한 통이 수천만 원의 추징을 막은 사례를 저는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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