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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카 Jul 12. 2024

극한 직업, 목숨 건 배달부 WFP

적갈색 황토 위 드문 드문 아스팔트 흔적이 드러난 도로서 조우한 무장 오토바이 군단. 검은 눈동자 주변에 감도는 붉은 기운을 넌지시 쏘아 보이는 쿠데타 병사. 두뇌에서 떨어진 명령을 펄펄 달구어 온몸을 덜덜거리게 한 말라리아. 아프리카 3년 이런 일을 겪으면서도 '난 그래도 다행이지 WFP 현장 요원은 아니잖아!' 했었습니다.


아무도 가고 싶지 않을 곳, 험하고도 위험한 장애를 몇 번이나 뚫고야 도달할 수 있는 배송지. 전쟁지역이나 기상 재해로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중심으로 식량배달을 자처한 집단이 있습니다.  WFP(World Food Programme)이라 불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극한 배송 회사인 셈입니다.


'그래도, 배고픈 사람들에게 식량을 가져다주면 다들 고마워할 텐데. 보기보단 덜 위험하지 않을까요?'


3일 굶으면 눈이 돌아간다지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역 사람들의 눈이 안돌아갈까요? 그 주변에서 전쟁을 하는 집단은 식량이 넉넉한가요. 평시에 법을 어기는 사람들이 비상시엔 그것도 굶주리고 있는 곳을 들어가는 것입니다. 


WFP 직원이 탄 식량 트럭이 지나가면 정부군도, 반군도, 강도들도, 주민들도. '띵동 식량 왔어요.'. 할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아프리카에서 일하면서 한참 회의를 느끼고 있는 때 WFP의 활약을 먼발치로 들었습니다. '그래 목숨 연명을 도와주는 건 큰 의미가 있겠지!' 싶었고, 기회가 되면 WFP에서 일해보고 있었습니다.


당시엔 ,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는 데 있어. "왜?'라는 질문이 시도 때도 없이 머리를 꾹꾹 찔러댔었습니다. 반백년이 넘도록 지원을 받는데, 저 많은 자원이 있는데, 왜 계속 가난? 심지어 받는 게 당연한 것처럼 보이잖아. 난 가난하니, 돈 많은 니가 도와주는 건 당연한 건가? 이런 의문들이 가슴을 들끓이게 했던 때였습니다.  


저는 운이 좋은가 봅니다. 5년 전 꿈꿔보았던 WFP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병으로 너덜너덜 해졌던 몸을 살펴 봐주시는 건지. 현장 요인이 아닌 지원하는 자리입니다. 극한 직업은 사실 현장요원이고, 지원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현장에서 제대로 일이 돌아가게 말 그대로 지원해 주는 사람들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보다 오히려 안전할 듯 합니다.

                                                                      

WFP 건물 정문을 들어서면, 노벨평화상이 마중을 나옵니다. 방문객 누구나 '아. 여기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기관이구나.' 합니다. 



그 맞은편에는 배달하다 순직한 WFP 직원들을 애도하는 패가 붙어있습니다.  그냥 스치듯 지날뻔한..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냥 지날 수 없는. 저는 이런 분들을 위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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