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처에 따르면 신체의 60-70%는 물이라고 합니다. 외계인들이 바라본 인간은 어쩌면 물뽀 생명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물뽀 생명체에게 한 가지 궁금증을 제기해 봅니다. 어릴 적부터 마셔온 우리나라 물, 그리고 해외에서 마시게 되는 외국산 물. 같은 물이니, 별 차이 없을까요? 태양계 넘어 다른 은하계에 있는 물도 H2O 형태일 테니 별차이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물에 녹아 있는 다양한 무기질을 생각하면, 차이가 없다고 하기도 그렇습니다.
통계적으로 검증된 것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부분도 아닙니다만, 해외생활을 하다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눈앞에 늘어섭니다. 특히나 건강과 관련된 부분, 몸 상태의 이상 현상도 감초같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는 물과 관련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미국에 살 때의 일입니다. 2년간 머무르면서 우리나라 분들 중 임신하는 여성은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때부터 물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인근 호수에서 끌어 오는 수돗물에 석회가 너무 많아 브** 정수기로 정수를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브** 정수기는 한계가 분명하더군요. 이때 제* 정수기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석회 같은 무기물을 말끔히 제거한다는 소문에 구입했었습니다.
이후 로마엔 3년 정도 살았었습니다. 저랑 같이 머문 지인 중, 담석에 걸리신 분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주변에서 담석증으로 고생하시는 것을 목격하면 내 담낭에도 돌이 들어있을 것 같은 불안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귀국길에 오를 때, 적어도 물걱정 없는 우리나라로 돌아간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로마로 되돌아와 다시 해외생활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오자마자 챙겨온 것은 정수기입니다. TDS(물에 녹아 있는 이온상태의 무기질 등을 체크하는 기계, 숫자가 높을수록 이온화된 물질이 많다는 것을 의미)가 순물에 가까운 0까지 정수해 주는 애입니다. 물론 계속 사용하면 필터 성능이 떨어져 TDS가 20ppm까지 올라가지만 로마 수돗물에 비해선 거짐 순물이나 다름없습니다.
얼마 전 수돗물의 TDS를 점검해 봤습니다. 259 ppm입니다. 이 측정치면 WHO 음용수 기준인 300 ppm 보다 낮긴 합니다만. 서울 시내 수돗물은 60-100ppm 범위라는 것을 감안하면 무척이나 높습니다. 평생 100ppm 이하의 물을 그것도 정수까지 해서 10pm까지 낮추어 마시기까지 하는 한국인이 해외에 나가 200 ppm이 넘는 물을 계속 마시면 어찌 될까요?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농도가 높다는 것은 다양한 불순물이 들어있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겠지요.
아래 사진은 제가 사용하고 있는 정수기를 1달 동안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수치입니다. 21ppm. 수치가 높아보며도 이곳 수돗물에 비해선 대단히 낮은 수치입니다만, 이 쯤되면 교체해 줍니다. 순물을 찾는다고 깐깐하게 하면 매주 교체해야 되고, 그러면 정수필터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적당한 타협입니다.
그럼 이탈리아 수돗물이 250ppm 정도라면, 슈퍼에서 판매하는 미네랄 수는 얼마나 될까요? 다양한 브랜드를 점검한 결과 가장 낮은, 깨끗한, 미네랄이 적은 물은 13ppm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인기 좋은 브랜드 물로. 로마인도 깔끔한 물을 좋아하나 싶습니다. 설마 한국인을 위한 물은 아니겠지요..
WHO 음용수 기준은 300ppm 이하입니다. 이를ㅈ보면 20ppm 이하의 물만 마시자하는 저의 분투는 쓸데없는 돈쓰기인 듯도 싶습니다.
하지만, 국제기구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사자와 기린과 같이 물을 마시는 아프리카 어느 시골과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받아 마시는 인도 고산지역, 석회가 잔뜩 낀 물을 마셔야 하는 유럽과 미주 지역을 아우른 기준입니다. 한국을 대상으로 만든 기준은 절대로 아닌 것이지요. 아마도 현실적인 타협을 통해 찾아낸 세계 평균 수질에서 조금 더 상회하는 수준. 일 것입니다. 로마시내의 물을 서울시내의 물처럼 정화한다고 달려들면 그나마 재정상태가 불안한 로마는 파산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조상 대대로 물 좋은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라온지라, 무기물이 담뿍 들은 물에 대한 유전적인 저항력은 약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깨끗한 물을 마시려 합니다. 해외에서 병나면, 무척 괴로우니까요.
혹시라도, 해외에서 오래 생활해야 될 처지에 놓이신 분이라면 한 번쯤, 깨끗한 물에 대해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