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원조를 위해 3년간 일했습니다. 같은 기간만큼 '해외원조는 왜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은 '별의 왕자님'에 등장하는 '바오바브'나무만큼이나 커졌습니다. 반백년이 넘도록, 지원을 받고도 가난과 기아를 면하지 못하는 나라들, 반백년이 더 지나도 변함없을 듯 보였기 때문입니다.
'인도주의', '평등'을 뱉어가며, 눈에 핏발을 세우며 자기 나라에 지원해야 한다는 관료나 정치인의 모습. 그들 손목에서 번쩍거리는 시계. 그들 발을 감싼 반짝 윤택이 흐르는 수제 가죽구두. 그 모습에 내 손을 쳐다봅니다. 값싼 전자시계가 시간은 칼 같이 알려줍니다. 그들과 마주선 내발은 다소 먼지는 끼었지만 여간해선 닳지 않는 모 중소기업제 구두가 대견히 감싸고 있습니다. 3년 간 유사한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지금도 유창한 영어로 열변을 토하는 그들의 말이 시작되면, 무의식이 눈길을 손목과 신발로 인도합니다.
해외원조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의구심을 먹고 크는 바오바브나무는 여전합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마음을 다스릴 말을 던져 보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의 가난한 이웃들을 생각해 보자.' 실상 가난한 이웃을 돕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가난은 임금님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한 옛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사례가 곳곳에서 보입니다.
'열심히 일하면 먹고살 수 있고, 손 안 벌려도 되는데 왜 저러고 살지?'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각자의 사정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고, 운이란 놈도 적지 않게 작동합니다.
게다가 해외에서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은 국내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비록 그들의 정치인과 관료는 호사스럽지만, 그 나라에 태어난 이유만으로 가난과 배고픔으로 내몰린 사람들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살 수 없는 환경입니다. 직업이 없습니다. 있어도 돈벌이가 시원찮습니다.
해외원조를 고민하다 보면 대한민국은 참 복잡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습니다. 국내의 가난한 사람도 돌봐야 하고, 해외의 가난한 사람도 돌봐야 하니까요. 선진국이 되니 더 신경 써야 할 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못 살 때 받았던 도움을 되갚아야 할 것도 같습니다.
앞으로 한동안 WFP라는 긴급구호를 하는 국제기구에서 일하게 됩니다. 전쟁이나, 급작스러운 기상이변으로 먹을 것이 없는 곳에 가서, 식량을 지원해 주고, 자립할 최소한의 도움을 주는 기구죠. 이곳에서 해외원조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