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WFP에서 근무하면서 느끼게 되는 건, '가난한 나라가 되면 절대로 안된다.'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나라가 가난해지면, 고달픈 건 국민들이다. 먹지 못하고, 아프고, 약탈당하고, 잘 못 하면 목숨마저 잃는다. 그게 가난한 나라의 모습니다.
최근 가난한 나라의 재난 상황을 소개하겠다. 지난 8월, 서 아프리카의 홍수로 14개 국가가 피해를 입었으며, 475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차드, 나이지리아, 니제르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다. 홍수 방지 시스템이 부실한 지역이 대부분인 이들 나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제대로 방비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는 이 지역, 내년은 저 지역. 주민들은 굶거나 병에 걸리거나, 아니면 혼란한 상황 속에서 약탈도 벌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가자지구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필수품의 유통이 심각하게 제약을 받고 있으며, 대부분의 주민들이 생필품 및 식료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폭력, 혼란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현세의 헬이다.
물론 남의 나라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처한 적이 있었다. 현재도 북한은 이들 나라에 비해 더 유리한 부분은 없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 우리도 안심할 수 없다. 당장은 좋지만, 앞으로 40년 후는 어찌 변할 것인가. 내 이야기는 아닐 수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다. 현재의 가난한 나라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며, 이리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조선이 망한 이유는 국익에 도움이 안되는 당쟁에 세월을 보냈기 때문이다. 해외원조는 우리의 해이해진 생각을 바로 잡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익, 미래의 우리 자손을 우선시 하는 정책의 필요성을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기 위해서 해외원조 현장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 도움을 주면서도, 도움을 받는 셈법이 작동할 수 있다고본다.
아프리카 업무를 하면서, 가장 이해가 안 된 말은 '헬 조선'이었다. 저녁에 보았던 하늘거리는 갈대숲이 실상은 삐쩍 마른 군중의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한국에 태어난 것을 진심으로 감사했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 `헬.`이라는 말을 붙일 수는 없는 것이었다. 가난은 말이 아닌 현실이다. 헬도 말이 아닌 현실이고.
재능기부로 동영상 한편을 제작해 주었다. WFP는 홍보비가 인색한지라. 한번 만든 영상은 그냥 울거 먹으려는 속성이 있다. 홍보할 돈이면 현장을 돕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니, 영어로 된 영상 중 우리나라 말로 더빙된 영상은 거의 없다. 갑갑한 마음에 제작해 주었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앞으로는 유튜브를 통해 해외원조 현장을 소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