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선생님 반은 항상 행복한가요?

2025년 7월 25일, 1학기를 마무리했습니다. 1학기 100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3주간의 여름방학을 맞이합니다.


사실 선생님도 학생만큼이나 방학을 기다립니다. 한 학기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나면 몸과 마음이 텅 비어 버립니다. 방학은 선생님이나 학생 모두 그렇게 비어 버린 에너지를 꾹꾹 채워가는 시간입니다.


돌이켜보면 이번 1학기는 정말 이상했습니다. 학기 초부터 저는 '우리 반 애들 진짜 이상해.'라는 소리를 달고 살았습니다. 분명 저를 어려워하는데 왜 이렇게 다가오는 건지 아이들을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20년간 제가 지켜온 모든 원칙이 조금씩 틀어지면서 그 빈 틈을 아이들이 메우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6년째 같은 학교, 같은 학년, 옆 반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 선생님이 가장 먼저 변화를 눈치챘습니다.


-너 요즘 왜 이래? 너희 반 너무 다른 것 같아.


저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기에 더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동료 선생님은 2008년의 그날이 되풀이되어 제가 또 상처받을까 봐, 항상 아이들과 학부모는 거리를 두고 선을 지켜야 한다며 저에게 되뇝니다.


교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교사의 퇴직 시기는 학부모와 아이가 결정한다' 참 웃기고 서글픈 말이지요. 교사의 말과 행동이 하나하나 검열되는 시대에 선생님을 한다는 건 사실 그냥 하루하루를 운 좋게 버텨내는 겁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저는 언제나 제 말과 행동을 되돌아봅니다.


혹시 오해 살 만한 말과 행동이 있었을까?


이 문장은 지난 20년간 언제나 제 삶에 대전제가 되어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누가 들어도 납득할 수 있도록 언제나 제 말과 행동을 검열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도대체 교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은 뭐가 있을까 매번 허탈하고 공허해집니다.


여전히 저는 겁쟁이 선생님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15개의 에피소드를 다시 훑어봅니다. 활자화된 이야기는 희미하게 남아있던 감정의 조각들을 선명하고 또렷하게 만들어 저를 미소 짓게 합니다.


사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게 된 건 제 남편 덕분입니다. 집에서는 일절 학교 이야기를 하지 않던 제가 올해는 유독 아이들 이야기를 자주 했나 봅니다. 이야기 속 열세 살 아이들의 세상을 엿본 남편은 '왜 이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지 않아?'라고 되묻습니다. 저에게는 일상인 아이들의 세상이 남편에게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새로운 세상이었나 봅니다. 궁금한 눈빛으로 대답을 기다리는 남편에게 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합니다.



-학교에는 좋은 일만 있지 않아. 사실 힘들고 나쁜 일이 훨씬 많거든.


-그럼 행복한 이야기만 생각해. 불행한 일들을 볼 필요가 뭐가 있어.

불행한 일에 집중하면 불행한 생각에 사로잡히고, 행복한 일만 생각하면 행복한 감정에 사로잡힐 거야.



제가 항상 아이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말에는 힘이 있다. 너희가 하는 말이 곧 너희가 된다.' 이 단순한 진리를 왜 잊고 있었을까요?


저의 에피소드를 모두 일어 보신 분들 중 누군가는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선생님 반에는 올해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있었나요?



대답은 당연히 '아니요.'입니다.

저희 반 아이들도 지난 100일간 열세 살 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다 만들어 냈습니다. 다가올 2학기에도 당연히 만들 예정이고요. 학부모로부터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을 듣기도 했습니다.


저는 단지 행복한 일에 초점을 맞출 뿐이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올해 우리 아이들이 다른 해의 아이들보다 훨씬 예뻤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아이들을 보는 초점의 기준을 바꾸니 아이들이 좀 더 사랑스러워 보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저는 겁쟁이 선생님입니다. 이런 저의 마음을 돌려놓은 아이들의 작은 이야기가 또 다른 겁쟁이들에게 따스한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가올 2학기에도 저는 아이들이 전해주는 포근한 이야기를 수집해보려 합니다. 열세 살의 따뜻한 위로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하길 바라며 <이상한 나라의 6학년> 1학기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부족한 글솜씨에도 함께 즐겨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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