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 수업을 끝으로 100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잠시 휴식의 시간으로 들어갑니다.
아이들과 함께 여름방학을 맞이한 소감을 말해봅니다. 우리 아이들은 1학기를 어떻게 느꼈을까요? 선생님을 시작으로 한 명씩 돌아가며 저마다의 생각을 표현해 봅니다.
-선생님은 생각했던 것보다 너희들과 함께 한 시간이 참 행복했고, 너희들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단다.
-저는 1학기 동안 '예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익히게 된 것 같아요.
-저는 글씨가 많이 좋아졌어요.
-전학오기 전 5학년 학교 친구들은 욕을 많이 했는데, 저희 반 친구들은 욕을 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독서록을 쓰면서 꾸준히 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 것 같아 아쉬워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100일간 저마다의 이야기를 만들어간 걸 보니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헛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1학기 마지막 점심을 먹고 교실로 돌아오니, 칠판 가득 아이들이 1학기 마지막 소감을 남겨두었습니다. 스승의 날 이벤트의 연장선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맘껏 표현합니다. 행복함과 아쉬움을 맘껏 표현해 준 아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우리 아이들의 1학기 마지막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봅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칠판을 그대로 둔 채 남은 하루를 이어갑니다. 쉬는 시간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은 여름방학의 설렘을 함께 나눕니다. 그때 제 옆에 앉아 종알종알 말을 하던 시우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오릅니다.
-선생님, 칠판에 쓰인 글을 보면 벌써 졸업이 된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고 슬퍼져요.
그렇게 점심시간부터 하교 시간까지 시우는 선생님과 눈만 마주치면 엉엉 울어댑니다. 저희 반에게 가장 키도 크고 덩치도 큰 시우가 서글피 울어대는 모습을 본 아이들이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시우를 달래 봅니다. 몸만 컸지 마음은 누구보다 여린 시우에게 헤어짐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조금 버거웠나 봅니다.
방학식을 마무리하고 아이들을 모두 보낸 뒤 텅 빈 교실에서 선생님도 지난 100일을 되돌아봅니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다 고개를 들어보니,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교실 앞에 서 있는 시우를 발견합니다. 시우가 못다 한 자신의 감정을 전하고 싶었나 봅니다.
-선생님, 저 사실 처음에는 6학년이 싫었는데, 점점 우리 반이 좋아졌어요. 선생님도 좋고, 친구들도 모두 좋고… 부모님과 현장체험학습을 갈 때도 자꾸 학교 생각만 났어요. 독서록을 제때 쓰지 않아 혼날 때도 있었지만, 덕분에 스스로 시간 맞춰해 나가는 것도 배웠어요… 저도 교사가 되어서 꼭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
선생님보다 한 뼘은 더 큰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전하는 고백에 선생님은 가슴이 쿵쿵 뜁니다. 세상 그 어떤 말보다 더 설레고 고맙습니다.
서글피 우는 시우를 꼭 안아주고 마음을 달래 줍니다. 2학기가 남아있다는 말에 눈물을 닦고 씩 웃으며 계단을 내려가는 시우의 뒷모습을 보니 참 많이 생각이 떠오릅니다. 방학식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는 아이의 모습 뒤로 한 채 21년 차 선생님도 6학년 1학기의 마침표를 찍어봅니다.
아이들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배웠고, 배운 만큼 아이들에게 마음을 내어 주었습니다. 서툰 마음이 전한 진심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싹을 틔웠기를 바라봅니다. 우리가 한 공간에서 겪은 이 100일간의 시간은 금세 선명한 내일의 시간 뒤로 희미하게 빛바래겠지요. 하지만 이 빛바랜 기억들이 아이들과 저에게 '그땐 참 따스했었지.'라는 햇살같이 말간 감정의 기억으로 남게 되길 소망합니다.
고마웠어. 예쁜 아이들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