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오가며 살짝 열어둔 교실 문틈 사이로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느껴집니다. 여름의 한가운데로 들어섰습니다. 이제 방학까지 이틀이 남았습니다. 24일간의 짧은 방학이지만 아이들은 학교를 벗어나 어떻게 자유를 만끽할지 저마다의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방학식을 앞두고 각자 1학기 소감을 배움공책에 마무리합니다. 글을 쓰기 전 한 학기 동안 본인들이 작성한 배움공책을 다시 나누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한 장, 한 장 자신들이 만들어간 과거를 넘겨봅니다. 3월 4일, 첫날부터 7월, 현재까지 본인들이 완성한 시간의 흔적을 보며 몇몇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을 쏟아냅니다.
하루가 쌓여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쌓여 한 달이 됩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모은 하루하루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한 뼘씩 키워냈습니다. 지난 100일간 함께 울고 웃으며 감정을 나눈 이 시간들은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곧 사라지겠지요. 하지만 사라진 경험과 감정은 아이의 세월 속에 녹아들어 예쁜 어른으로 자라는 자양분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표현합니다.
저는 6학년이 되면서 변한 게 많은 것 같습니다. 글씨도 좋아졌고, 청소년 소설책을 접하며 책에 대한 흥미도 느꼈습니다. 이게 다 6학년 0반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었기에 될 수 있었습니다. 6학년 1학기는 정말 성장하기 좋은 기회였습니다. 우리 반 친구들과 저는 그 기회를 잡았고요. 2학기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00
초등학교의 마지막 1학기를 즐겁게 마칠 수 있어서 좋았다. 선생님과 친구들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선생님께 칭찬을 받으면 나도 모르게 뿌듯해졌다. 힘든 일도 있었고, 기쁜 일도 있었지만 다 함께해서 즐거웠다. 앞으로 남은 2학기 잘 부탁합니다. -박00
나는 우리 반에 처음 들어왔을 때 반 분위기가 너무 조용해서 놀랐다. 공기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어깨가 움츠려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친구들과 지내다 보니 그 무거웠던 공기가 너무 가벼워져 있었다. 한번 눈을 감았다가 뜨니 방학식이 왔다. 6학년 1학기가 벌써 끝났다. 방학식이 끝나고 교실 문 앞을 나서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박00
아이들이 배움공책에 남긴 글을 보니 저도 생각이 많아집니다. 제 마음의 문을 사정없이 두드려댄 아이들 덕분에 저도 이번 1학기는 참 이상했습니다. 20년간 그렇게 기다려온 방학이 처음으로 다르게 다가옵니다. 여름방학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00일간의 1학기는 매일이 새로웠고 신기했습니다. 오래간만에 1년 차 초보선생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속상하고 화나는 일도 있었지만 일상이 즐거웠고 내일이 기대가 되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칠 즈음 저도 아이들에게 1학기 소감을 말해봅니다.
-얘들아, 선생님이 너희 정말 좋아한다.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1학기 동안 너희 짝사랑했잖아.
절대 선생님 잎에서 나오지 않을 법한 소리에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리칩니다.
-선생님, 짝사랑은 혼자 하는 거고 저희도 선생님 엄청 사랑해요.
-우린 같이 사랑하고 있으니 썸 타고 있는 거예요.
-우린 선생님이랑 썸 타는 중이에요.
아이들의 너스레에 선생님도 터진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여줍니다.
-그래, 맞아. 우린 서로 사랑하니 썸 타는 중이지. 아가들아, 2학기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