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멋진 선생님과 너희들이 있기 때문이야

2025년 11월 초입, 졸업앨범 마지막 촬영을 앞둔 어느 날

by 콩나물시루 선생님

6학년 졸업앨범 마지막 미션입니다. 5월부터 시작된 졸업앨범 촬영이 오늘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5월 초록빛 공원에서 시작된 야외촬영에서부터 7월 실내촬영까지. 2학기 최종본 점검을 끝으로 졸업앨범 준비의 95퍼센트 이상이 완료되었습니다.


오늘은 졸업앨범의 마지막 5퍼센트를 채워 넣어야 합니다. 담임선생님에게 전달된 마지막 특명입니다. 졸업앨범 뒷장에 넣을 일상을 담은 사진을 내일까지 추려야 합니다. 아마추어 선생님의 손길과 무보정의 조합으로 완성해야 할 15장입니다.


올해는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내 아이들이 참 예뻤습니다. 아이들이 저에게 준 기쁨을 간직하고 싶어 사진으로도, 글로도 순간의 기억을 수집했습니다. 그런데 15장을 뽑으려 하니 실상 쓸 수 있는 사진이 없습니다.


사진기사님 앞에서와 달리, 선생님을 보고 때론 엉뚱하지만 꾸밈없이 해맑은 웃음을 담고 있는 내 아이들의 모습이 사진첩 한가득 담겨있지만 고를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은 학부모와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지요. 15장 안에 모든 아이들의 얼굴이 골고루 담겨있어야 합니다. 결국 사진을 다시 찍기로 결정합니다.


15장 중 5장은 우리 반 전체의 모습이 들어간 단체 사진으로 채워봅니다. 나머지 10장은 둘, 셋씩 짝을 지어 오늘 이 순간을 남겨보기로 합니다.


늘 그랬듯 제비 뽑기로 짝을 지어줍니다. 남자끼리, 여자끼리, 혹은 남녀가 섞여 모둠이 꾸려집니다. 1년을 함께 보낸 친구와 짝이 되어 오늘의 일상을 담기 위해 회의에 돌입합니다.



미션은 단 세 가지

하나, 교실에서 짝꿍과 함께 가장 의미 있는 장소 찾기

둘,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장면 만들기

셋, 짝꿍과 상의 하에 소품 사용 가능



회의 시간은 단 10분입니다. 10개의 모둠이 흩어져 삼삼오오 머리를 굴립니다. 정해진 장소에서 약속된 포즈로 만들어진 사진이 아닌, 아이들의 시선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사진입니다.


벨이 울립니다.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봅니다.



누군가는 교실 뒤편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앞에서 오늘을 추억합니다.

누군가는 본인들이 자주 가는 교실 창가에서 얼굴에 꽃받침을 만들고 환히 웃어 보입니다.

누군가는 11월 3일이라는 오늘 날짜를 손으로 만들어 보이며 오늘을 사진에 숫자로 남겨봅니다.

누군가는 교실 앞문 6학년 12반 팻말 아래 하고 싶은 말을 쓴 종이를 들고 오늘의 기억을 남겨봅니다.

누군가는 옹기종기 모여 놀던 선생님 책상 앞에 쪼르르 앉아 '선생님 사랑해요'라는 종이를 들어 보입니다.



아이들이 쓴 문구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시간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6-12 졸업을 축하해
수고했어!
새로운 앞날을 응원해!


2025년 11월 3일 월요일
6학년 12반이 왜 6학년 12반인지 알아?
멋진 선생님과 너희들이 있어서야!



사진 촬영이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떠나고 남은 텅 빈 교실에서 선생님은 아이들이 쓴 문구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올해 저는 아이들에게 자주 고백을 해왔습니다.


우리 반은 참 특별하다고. 올해 선생님은 21년간 만났던 그 어떤 아이들보다 너희들이 좋다고. 우리 반이 올해 이렇게 행복하고 서로를 위해 줄 수 있는 건 선생님 때문도 아니고, 너희 때문도 아니라고.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오늘 아이가 남긴 글귀 속에 선생님 말이 녹아들어 그대로 나타납니다. 올해 아이들은 이상하지만 참 특별했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더 많이 마음을 표현하고 마음을 주고받았습니다. 올해 아이들이 왜 이렇게 이상하지만 특별했을까요? 아이가 저에게 답을 알려주네요. 아마 서로가 있고 함께 마음을 나누었기에 행복한 1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