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화. D-day

졸업식

by 콩나물시루 선생님

칠판의 날짜가 바뀌었습니다. 2025년 12월 31일, D-day. 오지 않을 것 같은 날이 마침내 다가왔습니다.


1년을 돌이켜보면 저는 우리 아이들을 통해 사랑을 받는 법을 배우고, 사랑을 주는 법도 배웠습니다.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이렇게도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음을 열세 살 아이들이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때론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저를 둘러싼 아이들이 오늘, 제 곁에서 떠나갑니다. 이제 제가 할 몫은 한 발 물러나 아이들이 드넓은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바라봐 주는 것뿐이겠지요.


몇 달 전, 가을햇살이 내리쬐는 텅 빈 교실 바라보며 제 마음을 글로 썼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의 글벗 한 분이 남겨주신 댓글이 참 마음을 울렸습니다.


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

오래도록 비어있는 풍경을 바라보다

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도종환 작가님의 '스승의 기도' 중 일부입니다. 날려 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우듯, 저도 그렇게 아이들에게 날갯짓을 가르쳤고 이제는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겠지요.


졸업을 앞두고 저는 매일 아이들에게 '인연'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아이들 보다는 저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듯 기억도 점차 옅어지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함께 한 이 시간은 마음속 어딘가에 가라앉아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거라고요. 우리는 영원히 6학년 12반이고, 나는 너희들의 영원한 6학년 담임선생님이라고. 그 인연을 맺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아이 하나가 남기고 간 마지막 편지가 제 마음을 채워줍니다.


선생님이 매듭을 짓는 법과 매듭을 묶는 법을 너무 잘 알려주셔서 이제는 '1년짜리 매듭'은 잠시 보관해 두고 '인연'이라는 매듭으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너무 놓치고 싶지 않으니 제가 어떻게 해서든지 새로운 매듭을 다시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2월 30일에 울 줄은 알았지만 오열할 줄은 몰랐거든요. 폭풍오열 하지 않도록 나름 줄인 거라서 집에서 마저 오열했습니다. 저희의 6학년 수업은 여기서 끝이지만 인연은 끝이 아니니까 언제든지 더욱 성장해진 모습으로 찾아뵐게요.

선생님께 보내는 마지막 편지 중 일부, 차00


이렇게 제가 사랑했던 아이들과의 이야기는 마무리되지만, 분명 또 다른 인연의 시작으로 우리는 따스하고 말간 웃음을 간직하며 다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이 글로 '이상한 나라의 6학년'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승의 기도

도종환


날려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저희를 사랑하듯
저희가 아이들을 사랑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당신께 그러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뜨거운 가슴으로 믿고 따르며
당신께서 저희에게 그러하듯
아이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거짓없이 가르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저희가 있을 수 있듯
저희가 있음으로 해서
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힘차게 나는 날개짓을 가르치고
세상을 올곧게 보는 눈을 갖게 하고
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
오래도록 비어있는 풍경을 바라보다
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더더욱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전 15화35화. 선생님 얼마만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