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나누기 100일의 기록
“언니, 이제 바흐 음악이 들리는 것 같아요. 다른 곡들이랑 분위기가 뭔가 달라요.”
100곡의 클래식 음악을 매일 카톡으로 전달해 주고 나서 S가 내게 한 말이다. 나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래, 그거지. 그렇게 시작하는 거야. 그리고 네겐 바흐 음악이 맞는 거야.”
애정하는 동생인 S와의 클래식 음악 나누기는 아주 우연히 시작되었다. 어느 날 S가 내게 음악 링크 하나를 보냈고 답장을 하듯 나도 음악 한 곡을 보냈다. 그 작은 시작이 매일 한 곡씩 총 100곡의 클래식 음악을 배달하는 우리만의 프로젝트가 되었다. 이를테면 그건 '구독'의 형태로 지속되었고 나는 매일 아침 기상과 동시에 오늘은 S에게 어떤 음악을 보낼까 하는 (내게 기쁨을 안겨주는) 행복한 고민을 하곤 했다. 기분에 따라 날씨에 따라 다양한 음악이 떠올랐다. 때론 즐겨듣는 클래식 FM에서 괜찮은 곡이 나오면 메모해 두었다가 딱히 보낼 곡이 떠오르지 않는 날 요긴하게 써먹기도 했다.
음악 링크와 음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곁들이겠다고 했더니 S는 설명은 굳이 안 보내도 될 것 같다고, 자신은 그냥 음악을 계속 듣기만 하겠노라 했다.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귀를 뚫어달라며. 과연 S다운 발상이었다. 단아하고 단정한 자신의 이미지와 꼭 맞는 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S에게 차에 대해 배울 때도 그녀는 비슷한 말을 했었다. 차에 대한 많은 설명보다는 그저 시간을 두고 꾸준히 마시기만 해도 차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될 거라고.
100일의 음악 나누기가 끝난 후 S는 매일 엄선한 곡을 보내준 내게 고마워했고 난 S에게 내가 마음대로 골라서 보낸 지극히 사적인 취향의 음악을 들어준 것에 대해 고마워했다. 혼자서 음악을 들으며 좀 외롭다는 생각을 하곤 하던 내겐 음악친구가 생겼고 클래식 왕보초였던 S는 바흐나 베토벤의 음악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귀를 갖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은 알고 보면 그리 어렵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어쩌면 지금의 팝 음악처럼 몇 백 년 전의 대중이 열광하던 당대의 유행가와 흡사한 음악이었지도 모른다. 자신은 클래식을 전혀 모른다고 하는 사람도 광고에서 드라마에서 혹은 영화에서 들어 익숙해진 곡들이 많을테니 실은 클래식을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100일 동안 S에게 들려주었던 음악에 대한 이야기이다. 편지 형식의 글들엔 음악이야기만 담겨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애정을 가지고 음악편지를 보내주대상은 S 한 사람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 한 명 한 명 모두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