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그렇게 우리에게 남아

육아의 배경음악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

by 지앵


S에게~


너에게 보낼 첫 곡을 고르는 건 참 자연스러웠어. 살림을 오래 한 주부가 어렵지 않게 아침 메뉴를 생각해 내듯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한 곡을 유튜브에서 검색해 가장 괜찮게 들리는 버전의 영상을 카톡으로 보냈지. 그 만큼 이 곡은 나에게 깊숙이 스며들어 있던 곡일 수도 있겠다.


우리의 음악 나누기 첫 곡으로 고른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을 들으면 아들이 두세 살이었을 때가 떠올라. 클래식 음악과 명화가 어우러진 영상을 아이에게 종종 틀어주곤 했는데, 유독 이 곡에 또렷한 반응을 보였거든. 동글동글 곰돌이 같은 녀석이 이 음악만 나오면 몸을 들썩이며 춤을 추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 제목에 '무곡(춤곡)'이 붙는다는 걸 알리 없었을 아이는 그런 설명 없이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음악을 알아듣는 건 어쩌면 배움이 아니라 감각의 영역일지도 모르겠네.


그랬던 아이가 이제는 대학생이 되었고, 군대도 다녀왔고, 점점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어. 이를테면...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고 얼굴도 잘 못 본다는 이야기지. 아이가 어릴 때는 어른들이 흔히 하던 말, “지금 제일 좋을 때야”라는 말이 전혀 와닿지 않았어. 나는 그저 하루하루가 버겁고 힘들어 죽겠는데, 왜 그런 말을 쉽게 할까 싶었거든. 그런데 이제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 말을 진심으로 해주고 싶어 져. 물론 꼰대로 보일까 봐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엄마인 너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가끔씩 SNS에서 보이는 짧은 단상으로도 네가 어떤 엄마인지 알 것 같아. 아이들이 다 커버린 뒤에 ‘그때가 좋았지… 나는 왜 그걸 몰랐을까’라고 후회하기보다는, ‘그때 참 좋았지. 그래서 행복했지’라고 담담하게 회상할 수 있는 사람. 아이에게도 엄마 자신에게도 그건 분명 큰 복일 거야.


나중에 너의 아이들이 엄마를 떠올릴 때, 온통 차향이 함께 기억나겠지. 그리고 그 시간에 흘렀던 음악들이 배경음악처럼, 설명 없이도 자연스럽게 자동 재생될 거야. 삶의 한 장면에 음악이 그렇게 남아 있다는 건 꽤 근사한 일이지 않아?


https://youtu.be/MyVcD5TuOrs?si=A3bXZ1WYAI_2a3hE

빠르게 연주되는 게 맘에 들어서 이 영상을 골랐어. 울 아들이 예전에 듣던 곡도 빠른 버전이었을 것 같아.^^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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