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팩이 필요할 즈음 이 음악을 듣지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1번

by 지앵

S에게.


오늘은 바깥바람이 너무 차가웠어. 외출했다가 손이 빨개져서 얼른 집으로 돌아왔지. 이렇게 칼바람이 부는 겨울만 되면 자주 찾아 듣는 슈베르트의 곡이 있어. 24곡의 연가곡집인 <겨울나그네>. 그중 5 번째 곡인 '보리수' 가장 널리 알려졌지만, 나는 1번을 더 자주 들어. ‘밤인사’라는 제목으로 방랑을 떠나는 나그네의 가난한 마음이 느껴지는 곡. 겨울의 황량함 속에서 뼛속까지 외로움이 깃든 듯한 남자는 작곡가인 슈베르트 자신을 닮지 않았을까 싶어.


왜 그런 사람 있잖아. 뭘 해도 짠하고 챙겨주고 싶고. 슈베르트는 31년이라는 너무 짧은 생애를 가난과 질병 속에서 비참하게 살았대. 근데 그 이면을 보면 그는 또한 음악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살았으니 본인이 느끼는 행불행은 또 다른 문제일 거야.


겨울에 겨울나그네를 들으면 아무리 난방이 잘된 집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들어도 마음이 휑해지면서 혼자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살짝 가라앉기도 해. 그래서 24곡을 끝까지 들을 때는 거의 없고 5번째 곡인 보리수 정도까지 듣게 되는 것 같아. 그래도 겨울만 되면 자꾸 찾아 듣게 되는 걸 보면 이 곡엔 특별한 뭔가가 분명 있나봐. 수족냉증이 있어서 잠깐만 찬바람을 맞아도 새빨갛게 변해버리는 손 때문에 겨울이 되면 겨울잠 자듯이 거의 칩거에 가까울 정도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그럴 때 겨울나그네를 들으면 그냥 좋아. 설명이 안 되는... 분명 헛헛하고 우울한 기운이 있지만 그 속에서 따스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눈은 분명 차가운 것이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포근해 보이는 것 같달까. 누군가 내게 미리 흔들어서 뜨거워진 핫팩 하나를 쥐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누군가도 아마 외로운 사람일지도 몰라. 겉으로 드러내진 않더라도 각자 마음속에 어두운 방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어. 저마다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어두운 방이 한줄기 빛으로 연결되는 느낌. 그 얇은 빛줄기를 통해 나의 마음,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싶어. 너에게 이 곡을 소개하며 나의 그런 바람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 참 기쁘다.


먼 타향에서 왔건만 나는 또다시 떠나오
5월의 예쁜 꽃들을 맞이했건만
그 여인 내게 진심 어린 사랑을 약속하고
그녀의 어머니도 축복을 했지만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슬픔에 잠기고
나의 발길도 눈 덮였네
-중략-
그녀의 집 앞에서 짖어대는 개들
사랑은 방랑하는 것
그것이 운명이라면 나 다시 떠나리
사랑은 방랑하는 것
내 사랑 안녕히

<슈베르트, 겨울나그네 1번 '밤인사' 가사 중 일부>



https://youtu.be/ULqCWw6mB_s?si=6R29QivAmpQAty6Y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