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93 - 영국 런던
먼 나라에서 온 가난한 캠핑카 여행자에게 어제 편안한 밤을 내어준 Stauton Harold Resevoir 공원. 덕분에 아침 늦은 시간까지 게으름을 피워본다.
주차비를 낸다는 마음으로 공원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을 시켰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고 있는 저수지 공원에서 커피 향을 즐겨본다. 그러다 보니 12시가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출발해야 한다. 더 이상 이곳의 여유로움과 편안함에 빠져 있으면 런던에 들어가기 힘들어질 수 있다.
오늘은 런던까지 가야 한다. 런던 입구에 있는 마지막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해 본다. 다행히도 이 휴게소에는 뜨거운 물이 나오는 무료 샤워장이 있다. 언제 또 이런 시설을 만날지 모른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없는 영국 고속도로인데 휴게소에서 무료 샤워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덕분에 휴게소와 주유소를 잘 이용하다 보니 한 달 넘게 캠핑장에 들어가지 않고서도 영국 여행을 마칠 것 같다.
런던은 영국 여행 초반에 방문했지만 아내가 다시 가보자고 해서 가는 곳. 이번에도 우리가 머물 정박지는 Ealing Common Park. 집에 돌아온 느낌이다.
잠깐 휴식을 취한 후에 인근 쇼핑센터에서 큰 마음먹고 소고기 스테이크를 구입. 2인분 정도 분량에 4파운드. 신선할 때 구워야 맛이 있는 법. 환풍기를 틀어 놓고 맛있게 굽는다. 환풍기를 틀어야 차 안에 냄새도 안 나고 습기도 제거된다. 항상 고기 굽는 것은 내 담당. 최고의 정성을 들여 알맞게 구워낸다.
"여보. 맛있게 먹읍시다. "
기분 좋은 저녁을 마치고 잠자리를 준비하고 있는데 불청객이 차문을 두드린다. 창문을 술 냄새가 난다. 무어라고 말하는데 캠핑카를 옮기라는 소리.
." 차를 2시간 안에 옮기세요. 차를 옮기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어요."
순간.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한 달 전에 우리는 이 공원에서 주차비를 내고 며칠 동안 머무른 적이 있기 때문. 그래서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알았어요. 불러요."
"내가 꼭 2시간 있다가 다시 와 볼 거예요."
그렇게 말하고 그는 돌아갔다. 그러나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신경이 쓰여 늦은 시간이지만 공원 주차장 근처를 돌아보니 지난번에 보지 못했던 공고판이 붙어 있다. 그 내용은 공원 부지 안으로 캠핑카나 캐러반 진입과 이용을 금지한다는 내용.
우리가 있는 곳은 시가 당당히 요금을 받는 주차장(요금은 어플을 이용해서 카드로 결제). 평일에는 하루에 3파운드(저녁 7시부터는 무료).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무료. 그래서 결론은 그 술 먹은 불청객의 말은 무시하기로.
어젯밤 소동 때문에 아침 늦게 일어났다. 10시 넘어서 1파운드 상점에 가서 필요로 하는 물품을 사고 아내는 영어 동화책을 읽고 또 사기까지. 점심 후에 또 피곤하다. 3시까지 또 잠. 왜 갑자기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다.
결국에 오후 3시 넘어서 소호거리로 출발. 남은 여행기간에 사용할 여행가방과 여름 여행 때 입을 티 4장과 속옷 약간을 구입하니 Tax Refund 서류를 한 봉투를 준다.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은 2.5파운드. 근데 언제 세금 환급을 받을 수 있나. 그냥 기념품으로 생각하자.
차이나타운에 들러 마른 표고버섯, 양념류, 라면 등을 구입하고 마음에 드는 음식을 Box에 담아 갈 수 있는 중국 뷔페 요리점을 방문. 가격은 너무나 착한 5파운드. 맛있는 것으로 잘 담으면 횡재하는 느낌이다. 가성비가 너무 좋은 집이라 항상 손님이 줄 서 있다. 밤에 돌아와 우리는 2그릇에 나누어 담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최저의 가격으로 최고의 식사.
다음날 오전 내내 휴식. 계속해서 피곤하다. 오늘도 어제처럼 3시가 넘어서야 출근.
지난번에 현대 미술 전시실을 다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던 Tate Modern Art로 출발. 관람시간이 8시까지라 조금 여유 있게 마침 열리고 있는 무료 공연도 즐겼다.
이제 현대 미술 전시관으로 올가 가렸는데 다들 내려오는 분위기. 심지어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는 분위기. 왜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관람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늘은 일요일이라 마감 시간이 6시란다. 어쩔 수 없이 우리도 나와야만 했다.
사실 런던에 다시 온 이유가 Tate Modern Art 재방문이었는데 이렇게 허무할 수가. 아톰에게로 돌아오는 역까지 걸어오는데 마침 유람선이 다리 밑을 지나간다. 런던에게 인사를 하는 마음으로 배위의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안녕, 런던아.
전철역에서 12월에 손흥민 경기를 보기 위해 런던에 온다는 조카를 위해서 교통 카드인 Oyster Card에 충전을 추가로 했다. 기념품인 동시에 매우 유용한 교통 카드. 그러나 카드를 짐 속에서 찾지 못해서 선물을 전달하지 못했다. 몇 파운드이지만 아깝다.
이제 진짜 도버로 내려가야 한다. 아침에 비어 있는 냉장고에 채울 음식도 사고 선물로 몇 가지 쇼핑을 하고 출발. 도버 인근 해변인 포크스틴에서 하루 휴식을 취하고 도버에 도착. 이렇게 여유롭게 도버로 가는 일정을 정한 이유는 혹시나 모를 사고가 발생할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 이다. 배 예약한 날에 도착하지 못하면 매우 번거로운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26일 아침 8시 조금 넘어서 프랑스 Calais로 넘어가는 페리에 몸을 실었다. 간단한 여권 검사와 스탬프 찍고 나면 사전에 예약한 배 탑승권이 발급된다. 이때 차량 대기 번호 라인을 알려주는데 그 번호 앞에서 기다리다 시간이 되며 차를 직접 운전해서 배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러면 영국을 떠나는 모든 절차가 끝난다.
이렇게 5월 20일부터 6월 26일까지 37박 38일의 긴 영국 캠핑카 여행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