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92 - 영국 York
이제 영국을 떠나야 할 날까지 1주일이 남았다(2019년 6월 20일). 어제 미국 뉴욕이라는 도시 이름의 모델이었던 York에서 Vodafone 도 새것으로 교체(이전 사용하던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면 10G에 20파운드, 새 번호로 하면 20파운드에 45G. 우리에게는 전화번호는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새것으로 구입) 했다. 이제 마음 편하게 여행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오후에 도착한 관계로 구도심을 중심으로 여행에 나서 본다. 구도심으로 들어가면서 만나게 되는 Micklegate. 서울로 치면 남대문 정도. 이 건물에 1918년까지 사람이 살았단다. 그러고 나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재래시장을 만나게 되는데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목조건축물들이 보존되고 있어서 옛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재래시장을 뒤로하고 조금 더 움직이면 만나게 되는 York Minster. 입장하기 위해서는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도착한 시간이 늦어서 입장이 불가능. 규모가 매우 커서 한쪽 곁에서 보면 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성당 앞에 Constantine 대제 동상이 있는데 왜 이민족 황제 동상이 놓여있는지 모르겠다. 비록 그가 기독교 로마 군주이지만(동방정교회에서는 성인으로 추앙되고 있다고 함) 영국을 지배했던 로마제국의 황제인데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York의 정박지를 내주었던 Knavesmire 공원 가로변 주차장에는 아톰과 같은 캠핑카가 3대가 자리를 하고 있다. 구도심까지는 걸어서 40여분. 마을도 둘러볼 수 있고 영국인들이 공원에서 여가를 일상도 볼 수 있는 곳이다.
York 시내 구경을 마치고 돌아와 우리는 아내가 담근 김치를 놓고 돼지고기를 구워서 먹었다. 정말로 아내가 담근 김치는 양념이 거의 없는 김치이지만 너무나 맛이 있다. 이 좁은 캠핑카 안에서 물 한 컵 정도를 가지고 배추를 절이고 김치를 담그는지 너무나 신기한데 맛까지 좋다. 진한 맛이 아니가 신선한 맛이 나는 김치. 이런 김치와 돼지고기 구이는 흰쌀밥과 궁합이 너무나 잘 맞는다. 미소가 저절로 난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Homesick”라고 나를 놀린다.
밤에는 프랑스에서 사서 다 쓰지 못한 유심을 이용해서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하는 “원더랜드”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이 원더랜드는 영국 유심으로는 시청이 안된다. 영국에서의 시청 제한이 걸려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길가 정박지라서 밤에 약간 잠을 설쳤다. 상대적으로 밤늦은 시간까지 차들이 다닌다. 12시가 넘어가면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지만 그래도 피곤하다. 오늘은 York에서 남쪽으로 60여 km 떨어져 있는 Brodsworth Hall and Garden을 거쳐 런던으로 향할 계획.
아침 식사 후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불가리아에서 캠핑카 여행을 온 부부가 우리에게 인사를 나눈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한다. 한글로 된 자동차 번호를 본 적이 없는 분들이니 이런 궁금증은 당연한 일. 그분들은 북쪽으로 여행을 갈 예정이란다. 우리에게 불가리아 캠핑장 지도를 선물로 주었다. 우리는 그분들에게 드릴 선물이 없다. 여행 초기에는 이런 경우에 드릴 선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마저도 다 써서 없다. 간단한 선물을 조금 더 많이 사 올 것 후회가 된다.
English Heritage Pass 사용 기한 마지막 날인 오늘 우리가 도착한 곳은 “Brodworth Hall and Garden” 입장료는 1인당 13파운드. 이곳은 프랑스식 정형식 정원과 영국식 비정형 정원이 조화가 잘 되어 있는 곳이다. 19세기 후반에 만들어졌으나 2차 세계대전 때 폐허가 되었으나 English Heritage에서 관리하여 개방하고 있는 곳. 19세기 후반 영국 귀족 주택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대 저택 앞에는 잘 정돈된 잔디밭이 있고 이 잔디밭 한쪽에서는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에 2쌍의 노인 부부가 흰 옷을 입고 Gate Ball을 즐기고 있었다.
이 저택에서 재미가 있는 곳은 영국식 정원.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떠한 상상을 하면서 정원을 만들었을까가 궁금해지는 곳이다. 그리 넓은 곳은 아니지만 다양한 모습의 풍경을 만들고 그 풍경을 나누기 위해 터널과 다리 등을 이용했다. 그렇게 나누어진 시선 공간마다 다양한 꽃들과 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그리고 가장 외진 곳에는 작은 오두막이 있다. 이곳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는 가족들만의 공간. 이 넓은 집에서 이러한 공간이 필요했을 당시의 생활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저택 안에 운영 중인 카페에 들러 편안한 의자에 앉아 책도 읽고 차와 케이크로 당분도 섭취하면서 19세기 영국 대저택 생활공간을 느껴본다.
오후에 방문한 곳은 인근에 있는 Coinsbrough Castle. 중세시대에 Honor(명예)는 봉건 영주가 여러 개의 Manor(농원에 딸린 영주의 집)와 행정적 중심부 역할을 하는 Central Castle을 가진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Coinsbrough는 이러한 Honor 중 Central castle(중심 성)에 해당하는 곳이다.
Coinsbrough 성은 규모가 매우 큰 곳은 아니지만 성 안에 있는 Keep의 디자인이 독특해서 눈길을 끈다. Isabbel 여왕이 이곳을 물려받았는데 새로운 남편 Hamelinc는 영국 왕의 사촌이었지만 돈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남편은 Honor의 조건을 채울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결혼 후에 새로운 거주 공간으로 Keep을 새롭게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전의 Keep은 사각형(대부분의 영국에서 본 Keep도 사각형이었다). 그녀는 원형 건물에 대하여 들은 바가 있어서 설계자에게 새로운 디자인을 의뢰했다. 그러나 그 당시에 원형 건물을 지을만한 기술이 없었는지 사각형과 원형을 결합하여 절충된 건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결과 매우 독특한 Keep이 만들어진 것.
지금은 Keep을 제외한 건물들은 모두 폐허이지만 스토리가 있는 Keep 때문에 이곳에서 살았던 귀족들과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제 English Heritage Pass를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날 여행을 마무리하고 오늘 하루 쉬어갈 곳을 찾아가 본다.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무료 사워장(자동차 열쇠와 샤워장 열쇠를 교환한 후에 사용 가능)을 만나 따뜻한 샤워를 즐기고 나서 깨끗한 기분으로 다시 출발. 고속도로를 나와서 1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저수지 공원(Stauton Harold Resevoir)에 잘 도착했다.
잘 정돈된 주차장과 주변 산책이 가능하도록 공원 그리고 넓은 저수지 호수가 어우러져 편안한 곳이었다. 간혹 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렸지만 저녁이 되자 남은 차들 몇 대마저 집으로 돌아가니 공원 주차장은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덕분에 우리는 매우 조용한 하루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영국 여행을 시작한 지 1달이 지나가고 있다. 며칠 후에는 다시 도버로 가서 프랑스로 넘어가야 한다. 오늘 왠지 모르지만 1달 넘는 영국 여행이 짧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