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정원-12

접시꽃

by 박용기
121_6180_76-st-s-Summer garden-12.jpg 여름 정원-12, 접시꽃


비에 젖은 접시꽃은
언제나 저를 멈추게 합니다.


앞으로 며칠간은

동네 정원의 여름꽃들 이야기입니다.


외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 주차장 입구엔

해마다 접시꽃이 핍니다.

무궁화를 빼닮은

연분홍 색 꽃 위에

방울방울 빗방울이 맺혀

무언가 서글픈 사연들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유명한 시인 한 분이

일찍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면 쓴 시가

하도 유명해서인지,

다른 시인들은

접시꽃에 대한 시를 별로 쓰지 않았나 봅니다.


어릴 적 시골 화단에

어머니가 키우셨던 꽃이어서

이 꽃을 보면 늘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이다음에

제가 하늘나라로 간 뒤에

우리 딸들이나 외손녀가

무얼 보면 저를 떠올리게 될까 생각을 해봅니다.


글쎄요.

이해인 수녀님처럼

꽃씨라도 받아 전해볼까요?

꽃물이 든 기도 같은

꽃 사진은 어떨는지요?




엄마의 꽃씨/ 이해인



엄마가 꽃씨를 받아

하얀봉투에 넣어

편지대신 보내던날

이미 나의 마음에

꽃밭 하나가 생겼습니다.


흙속에 꽃씨를 묻고

나의 기다림도 익어서 터질무렵

마침내 나의 뜨락엔

환한 얼굴들이 웃으며

나를 불러 세웠습니다.


연분홍 접시꽃

진분홍 분꽃

빨간 봉숭아꽃


꽃들은 저마다

할 이야기가 많은듯 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리 바삐사느냐고

핀잔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보내준

꽃씨에서 탄생한 꽃들이 질무렵 나

는 다시 꽃씨를 받아

벗들에게 선물로 주겠습니다.


꽃씨의 돌고도는 여행처럼

사랑 또한 돌고 도는 것임을

엄마의 마음으로 알아듣고

꽃물이 든 기도를 바치면서

한 그루 꽃나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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