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3

풀잎 이슬

by 박용기


풀밭의 아침엔
강아지풀 잎도 시를 씁니다.

풀잎에 맺힌 이슬 방울을 들여다보면
나는 벌써 시인이 되고
삶을 성찰하는 철학자가 됩니다.

이른 아침
풀밭에 나가
몸을 낮추고 이슬방울을 들여다 본 날이
언제였는지를 헤아려 보면서
메말라 있던 내 삶을 적셔봅니다.

오늘은
때 맞춰 초가을 장마가 시작됩니다.

*
이슬/ 정양

생전의 슬픔이 저렇게
이슬로 맺힌다던가
원한도 미움도 그리움도
저렇게 이슬로 내린다던가

발길에 채이는 이슬을
이슬털이 씻김굿 삼고
젖은 바지 걷으며 바라보는
눈부시는 풀밭의 아침

우리네 슬픔이 저렇게
반짝일 수 있다면
미움이 그리움이 저렇게
눈부시게 아름답다면

부대끼며 남은 것들이
못 견디게 사라지는 것들이
얼마나 맘놓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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