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용기 May 09. 2024

봄날의 꿈 2024-4

아네모네 Anemone


내가 이 꽃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꽃 사진을 찍기 시작하기 오래전에 읽었던

주요섭의 단편 소설 '아네모네의 마담' 때문입니다.


'아네모네'라는 다방의 마담인 주인공 영숙은

손님으로 매일 오던 한 학생이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들려달라고 쪽지를 보내며

그 곡을 들으면서

까끔씩 마담이 앉아있던 카운터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자신을 흠모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학생은 다른 친구와 다방에 와

분노로 다방을 소란하게 뒤흔든 뒤 사라져 버렸습니다.

한참 뒤 친구가 찾아와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전 후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학생이 교수의 부인을 사랑했었는데

이룰 수 없는 그 교수 부인과의 사랑 때문에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듣게 되었고,

카운터 뒷벽에 결려 있는 모나리자 그림을 바라보면서

그 부인을 떠올리며 행복한 미소를 짓곤 했다고.

그런데 그 부인이 오늘 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 학생이 그렇게 슬퍼하였던 것이라고.


아네모네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식물입니다.

고대그리스어 ἄνεμος(anemos)에서 왔다고 하는데,

'바람'이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아네모네에 관한 신화 이야기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아도니스와 관련된 이야기로

얼음세꽃(복수초)와도 같은 내용입니다.


또 다른 버전은

꽃의 여신 플로라의 머리를 빗겨주던 시종 아네모네가

플로라의 남편인 서풍의 신 제피로스와 바람이 나서

분노한 플로라가 그녀를 꽃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바람을 뜻하는 아네모네인가 봅니다.


아네모네는

많은 이야기가 있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네모네 꽃이 핀 날부터 . 1 /김 승 희

        

죽도록 사랑하면
죽도록 사랑하면
그렇게 神氣가 오릅니까?

죽도록 사랑하면
죽도록 사랑하면
그토록 검은 질료에서 주황빛 신이 불려 나옵니까?

옛날부터 늘 그래 왔습니까?
목숨을 지나서도 타오르는
무슨 한 덩어리 불이 있겠습니까?

너무 모욕받았는데 너무 큰 모욕이 내려왔는데
울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괴로운데 이렇게 괴로워도
토막난 늑대의 이글거리는 횃불처럼
뭉쳐서 뭉쳐서 화려하게 꿈을 꿔도 되겠습니까?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봄 #꿈 #아네모네 #주요섭 #아네모네의_마담 #다편소설 #바람꽃 #전설 #2024년

매거진의 이전글 봄날의 꿈 2024-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