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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Jul 19. 2024

꽃다발-3

니겔라 Nigella


이 니겔라를 보는 순간

저는 발레리나를 떠올렸습니다. 


모양뿐만 아니라

니겔라라는 이름도 왠지

발레리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춤을 출 수 있기까지

수없이 넘어지면서 힘들게 연습했을 발레리나.


언젠가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상처투성이로 변형된 발이 싫어

연습을 게을리했다면

그녀가 이룬 성공은 없었겠지요.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은

그렇게 살면서 맛보았던

좌절과 실패를 넘어서면서 생긴 상처들을 

어디엔가 각자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2014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인

최현우 시인의 발레리나를 불러옵니다.


신문에 게재된 

시인의 당선 소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시와 현실의 압력 차이로 사람이 펑하고 터져버릴 수도 있겠구나 하며, 

희망과 절망을 양 겨드랑이에 한쪽씩 목발 삼고 걸었다. 

편한 쪽으로 기대려다가 자꾸 넘어졌다. 주저앉는 곳은 어디나 골목이 되었다. 

그 담벼락에 실컷 낙서나 하다, 침도 뱉다가, 날아다니는 나방을 세어보기도 하다가, 

다시 일어나려고 할 때 희망과 절망에 같은 힘을 주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십 원짜리 동전을 세우는 일 같았다. 

그러니까 아주 가끔씩만, 나는 희망도 절망도 아닐 수 있었다."


실패하고 좌절한 후 

다시 일어나려면 

희망과 절망에 같은 힘을 주어야 한다는 

그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하지만 보다 잘 일어서려면

절망보다는 희망이 1% 정도는 더 있으면 좋겠지요.




발레리나 / 최현우


부슬비는 계절이 체중을 줄인 흔적이다 

비가 온다, 길바닥을 보고 알았다 

당신의 발목을 보고 알았다 

부서지고 있었다 

사람이 넘어졌다 일어나는 몸짓이 처음 춤이라 불렸고 

바람을 따라한 모양새였다 

날씨는 가벼워지고 싶을 때 슬쩍 발목을 내민다 

당신도 몰래 발 내밀고 잔다 

이불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듯이 

길이 반짝거리고 있다 

아침에 보니 당신의 맨발이 반짝거린다 

간밤에 어딘가 걸어간 것 같은데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돌았다고 한다 

맨발로 춤을 췄다고 한다 

발롱! 더 높게 발롱! 

한 번의 착지를 위해 수많은 추락을! 

당신이 자꾸만 가여워지고 있다


 * 발롱: 발레의 점프 동작

(2014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꽃다발 #니겔라 #발레리나 #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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