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10, 배풍등
지난가을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처럼 풍성한 배풍등 열매는 처음 만났습니다.
마치
숲 속에 사는 모든 새들이
겨우내 먹을 양식을 담아둔 창고처럼
붉은 열매를 가득 매달고 있는 덩굴.
비록 씨를 퍼뜨리기 위함이지만
누군가에게 필요한 양식을 줄 수 있는
이 배풍등 덩굴은 분명 아름답습니다.
문화 예술 QT 잡지인 <와플 터치>의 칼럼이 떠오릅니다.
"아무리 마음이 가난한 이웃들에 가 있다 할지라도
땡전 한 푼 그들과 나눠 쓰지 않는다면
그 마음은 껍데기일 뿐"이라는.
그리고
"경건이란 고아와 과부를
환난 중에 돌보는 것(야고보서 1장 27절)"이라는.
넉넉히 나눔을 베풀고 있는
이 배풍등 덩굴이 아름다움을 넘어
경건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가을 열매 소리/ 박노해
가을 산은 숙연해라
태풍이 지나간 정적 속으로
도토리 산밤 잣 다래 개암
가을 열매들이 투신하는 소리
나 이 한 생에 그토록 성장하며
폭풍 속을 걸어온 까닭은
이 성숙 하나를 위해서였다고
아무도 보아주지 않아도
가을 속에 물들며 서 있는 것은
이 결실을 남겨주기 위함이라고
가을 산에 서서
지구의 정적 속에 떨어져 구르는
저 고요한 천둥소리 듣는다
가을 열매 소리
한 톨의 희망 노래
잉태의 깊은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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