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12, 산수유 열매
겨울에는
시간이 마술같이 느껴집니다.
때로는 너무도 빨리 흐르는 것 같고,
때로는 박제된 모습으로 멈추어 있기도합니다.
겨울 산수유 나무에도
붉은 가을 열매가
일년의 시간을 응축하여
박제가 된 채 매달려 있습니다.
해 저무는 저녁녘 남은 빛 한 줌이
커피를 내리듯 그 위에 부어지면
은은한 그리움의 향기가 스며나와
바라보는 내 가슴 속으로 퍼집니다.
겨울 산수유/ 박종영
오랜 침묵으로 잎 진 가지들이
낮은 석양에 오돌오돌 사무친다
찬란했던 노란 웃음도 지금은 붉은 꽃으로 시들고,
찬바람은 외길 하나 만들어 놓고 흘러가라 타이른다
메마른 산수유 한 개를 딴다,
움쑥 떨어지는 붉은 살 자국,
저건 오욕으로 더럽힌 세상 씻어내는 눈물인가?
오늘은 누군가 하늘 흔들었나, 첫눈이 오네,
질박했던 봄의 향연,
그토록 절실한 몸뚱이 분칠하고 으스댈 때는
이렇게 추운 겨울을 혼자 지킬 줄 몰랐다
전부 떠나가고 외롭게 남아
오늘도 꽃등 켜고 화 푸는 겨울 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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