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랫동안 사용하였던 페이스북 계정이 갑자기 비활성화되면서 그동안의 기록이 사라지고 페친들과 단절되었다. 이유를 몰라 고객센터에 재고요청을 보냈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20일이 넘도록 회신이 없었다.
처음엔 무척 황당하였다. 그런데 잠시 페이스북을 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내 타임라인과 가입한 10 개가 넘는 사진 그룹에 매일 한 장씩의 사진과 글을 올리고, 2,000 명이 넘는 페친 및 4,000 명이 넘는 팔로워들과 소통하며, 7만 명이 넘는 글로벌 그룹의 관리자팀의 일원으로 활동하였다. 그런데 활동이 많아지면서 때로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마치 고속으로 달리는 기차에서 임의로 내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 사고는 페이스북에서 내가 사라져 버린 일종의 실종사건처럼 느껴졌다. 내 사진을 좋아했던 많은 팔로워들은 돌연히 사라진 나에 대해 궁금해 할 수도 있고, 혹시 아프거나 죽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죽게 되면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이런 단절이 되겠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며칠 쉬면서 여유로움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 내 마음을 아시고 잠시 멈추게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하나님께서는 2000년 2월에도 나를 멈추어 서게 하신 적이 있다. 연구소에서 고온초전도 국책연구과제의 책임자로서, 또 양자연구부 부장으로서 잘 나가고 있던 나를 위암으로 멈추게 하셨다. 위 전절제 수술을 받고 이어지는 항암치료를 받으며 해왔던 일을 멈추고 생사의 살얼음판을 한동안 걸었다. 모든 것들을 내려놓게 하셨던 것이다. 그 후 아내의 정성스러운 보살핌,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하나님의 은혜로 다시 직장과 일상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이전보다 훨씬 느리고 가벼워진 상태가 되었다.
세상의 짐이 무거울 때, 스스로 짐을 내려놓지 못할 때, 하나님은 나를 잠시 멈추게 하시고, 그 짐을 내려놓고 주님을 바라보게 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20여 일이 지난 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서 계정은 다시 복구되었지만, 그 사이 큰 그룹의 관리자를 그만두기로 했고, 가입한 그룹도 대폭 정리하였다. 앞으로 페친들도 정리해 가면서 이전보다 느리고 가볍게 가기로 마음먹는다. 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은사와 은혜를 음미하면서.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시편 23:2-3 (개역개정)
He makes me lie down in green pastures,
he leads me beside quiet waters,
he restores my soul.
He guides me in paths of righteousness
for his name's sake.
- Psalm 23:2-3 (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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