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의 시간

고등학교 졸업 50주년 전시회에서

by 박용기
우리들의 계절-봄


50년의 시간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을까?



고등학교 동기들이

졸업 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봄처럼 화사하고 푸르던 시절에 만난 친구들이

공부를 마치고 사회에 나와

여러 분야에서 왕성하게 일하던 여름날을 지나,

이제는 대부분 은퇴하여

인생 2막을 시작한 지금은 가을.


새롭게 취미로 시작했거나

오랫동안의 내공이 쌓인

서예, 그림, 시와 사진 작품들을 모아

한자리에 전시하는 일은 어렵지만

50년 전 그 시절을 소환하는

설레는 일이었으며,

따뜻한 겨울을 준비하기 위한

가을걷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우리들의 계절-여름



전시장에서 만난 친구들 중엔

지금도 가깝게 지내는 친구도 있지만,

전시회 준비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친구와,

졸업 후 처음 만나

50년의 세월을 거슬러 더듬거려야 알 수 있는

좀 낯선 친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고등학교 시절로 쉽게 옮겨가 있었습니다.


한 친구와 K 여고와의 반창회에서 만나

알고 지내온 인연으로

전시장을 찾아온

마스크 속 고희의 여학생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뜻밖에도 대학 1학년 시절

함께 동아리 활동을 했던

50년 만에 만나게 된

반가운 사람이었습니다.


50년의 세월이 사람들의 모습은

봄에서 가을로 옮겨놓았지만,

그때의 느낌과 추억들은

책 사이에 넣어 두었던

작은 봄 들꽃처럼

마음 어딘가에

고이 간직되어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누군가 '가을은 제2의 봄'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가을로 접어든 우리의 친구들

마음만은 늘 봄처럼

건강하고 따뜻한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의 계절-가을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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