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 summer-19, 범부채-3
범부채 꽃에는 슬픈 사연의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옛부터 충북 청주시 연수동에 있는 부채고개에는
범부채꽃이 많이 피었습니다.
이 고개는 연수동에서 금릉동쪽으로 넘어가는 고개입니다.
부채고개가 있는 이 고장에 전해오는
범부채 꽃에 대한 전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 장사를 하던 사람 하나가
장에서 물건을 팔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중간에
이 부채고개가 있어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다 보니
부채고개에 오른 뒤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피곤해 그만 깜박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사이
어린 아들은 주변에 핀 꽃들을 보느라
잠이 든 아버지와 점점 멀어져
산을 헤메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그만 호랑이에게 물려가고 말았습니다.
다음해 여름부터
부채고개에는 아이의 핏자국마다
호피무늬의 예쁜 꽃이 피어나
사람들이 이 꽃을 범부채꽃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꽃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슬픈 사연을 하나씩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마음 속에 있던 슬픈 이야기를
아름다운 꽃으로 풀어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범부채 꽃/ 청연(靑涓) 박용기
한여름 더위를 이기려
붉은 열정으로 피어나는 범부채 꽃
누구의 더위를 식혀주려
그리도 아름다운 부채로 피어날까
그에게 허락된 삶의 시간은
단 하루뿐
주어진 시간이 다 지나면
하루의 생을 고이 말아
가슴에 씨를 품어야 한다
그러나
피어날 날을 선택할 수는 없는 꽃
오늘은 종일 비가 내린다
벌 나비가 찾아올 수 없는 날
하루의 시간이 헛되게 흘러간다
하지만 어쩌리
삶이란 그런 것
저녁녘이 되면
비에 젖은 빈 꽃을 고이 접어
까맣게 타버린 마음이라도
감싸안아야 한다
그래도
최선을 다한 하루 생을 위해
비 오는 날 피어난 범부채 꽃
빗 속에서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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