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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Oct 05. 2020

Poetic 23

그 집 정원의 가을아네모네

Poetic 23, 그 집 정원의 가을아네모네


9월이 가는 것은
힘들었던 여름에 대한 미움이나
열정의 계절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으라는 뜻이겠지요?

서리를 기다리던 대상화도
이제는 벌써
젊은 시절 절정의 아름다움을 지나
빛을 잃어갑니다.

가득 피었던 꽃들이 지고
군데군데 비어가는 그 집 정원처럼
가을은 마음을 비워가야 하는 계절인지도 모릅니다.

10월이 오는 것은
가을이 깊이를 더해 가기 위함이겠지요?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일
이제 좀더 익숙해져야만 하는 나이
그런 계절에 접어듭니다.



가을의 시/ 김현승

넓이와 높이보다
내게 깊이를 주소서,
나의 눈물에 해당하는......

산비탈과
먼 집들에 불을 피우시고
가까운 곳에서 나를 배회하게 하소서.

나의 공허를 위하여
오늘은 저 황금빛 열매들 마저 그 자리를
떠나게 하소서.
당신께서 내게 약속하신 시간이 이르렀읍니다.

지금은 기적들을 해가 지는 먼 곳으로 따라 보내소서.
지금은 비둘기 대신 저 공중으로 산까마귀들을
바람에 날리소서.
많은 진리들 가운데 위대한 공허를 선택하여
나로 하여금 그 뜻을 알게 하소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새 술을 빚어
깊은 지하실에 묻을 시간이 오면,
나는 저녁 종소리와 같이 호올로 물러가
나는 내가 사랑하는 마른 풀의 향기를 마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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