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꽃
아파트 주차장 옆 작은 화단에 피어난 싸리꽃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을 곳에 자리 잡고 피어난
예쁜 싸리꽃입니다.
자동차 바퀴보다 낮은 곳에 피어
사람들은 아마도
그곳에 이런 꽃이 있는지도 모를 것 같습니다.
시골이라면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는 꽃이지만,
어쩌다 아파트 주차장 옆 작은 화단에
옹색하게 심겨 있어,
나에게만 보이는 꽃이라
더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오래전에는
마당을 쓰는 빗자루도 만들고
아이들 훈육에 쓰던 회초리도 만들던 나무지만,
이젠 별 볼 일 없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서늘해진 초가을 바람이 건드리기만 해도
온몸으로 바람결을 느끼며
격하게 반응하고 교감하는
바람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바람 부는 초가을 시골 벌판으로 데려다주는
멋진 친구이기도 합니다.
싸리 꽃/ 김 명 중
여름 산길은
가슴에 꽃을 달고
불을 밝힌다.
산하를 물들이는 분홍빛 함성
논두렁, 밭두렁 산기슭에 묻어둔 기억들
바람이 초록으로 물들면
아버지는 뒷산에 올라
흐드러진 뒷산의 허리를 한 바지게 담아오셨다
싸리나무 꽃이 지고
가을이 오면
깔깔거리던 아이들은 회초리를 피해 달아나고
마당 앞 감나무가 제 종아리를 내밀었다
나는 청맹과니였다
으름장을 놓던 싸리나무 회초리에
돌아앉은 어머니의 눈물이 묻어있던
잠 못 드는 밤인 것을 몰랐다
종아리에 남은 빗줄기 같은 핏자국도
한 계절을 살고나면
붉은 꽃으로 핀 다
싸리나무는 사랑으로 자란다는 것을
수십 번의 여름이 오고
자식을 낳았던 한 지아비가 되면서 알았다
오늘
여름 산길에서 나도 한 묶음의 싸리 꽃을 가슴에 달아본다.
#9월 #시 #싸리꽃 #아파트_화단 #분홍꽃 #초가을_바람 #2021년_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