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시-5

싸리꽃

by 박용기
119_5836-s-Poem of September-5.jpg 9월의 시-5, 싸리꽃


아파트 주차장 옆 작은 화단에 피어난 싸리꽃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을 곳에 자리 잡고 피어난

예쁜 싸리꽃입니다.


자동차 바퀴보다 낮은 곳에 피어

사람들은 아마도

그곳에 이런 꽃이 있는지도 모를 것 같습니다.


시골이라면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는 꽃이지만,

어쩌다 아파트 주차장 옆 작은 화단에

옹색하게 심겨 있어,

나에게만 보이는 꽃이라

더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오래전에는

마당을 쓰는 빗자루도 만들고

아이들 훈육에 쓰던 회초리도 만들던 나무지만,

이젠 별 볼 일 없는 나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서늘해진 초가을 바람이 건드리기만 해도

온몸으로 바람결을 느끼며

격하게 반응하고 교감하는

바람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바람 부는 초가을 시골 벌판으로 데려다주는

멋진 친구이기도 합니다.





싸리 꽃/ 김 명 중


여름 산길은

가슴에 꽃을 달고

불을 밝힌다.

산하를 물들이는 분홍빛 함성

논두렁, 밭두렁 산기슭에 묻어둔 기억들

바람이 초록으로 물들면

아버지는 뒷산에 올라

흐드러진 뒷산의 허리를 한 바지게 담아오셨다

싸리나무 꽃이 지고

가을이 오면

깔깔거리던 아이들은 회초리를 피해 달아나고

마당 앞 감나무가 제 종아리를 내밀었다

나는 청맹과니였다

으름장을 놓던 싸리나무 회초리에

돌아앉은 어머니의 눈물이 묻어있던

잠 못 드는 밤인 것을 몰랐다

종아리에 남은 빗줄기 같은 핏자국도

한 계절을 살고나면

붉은 꽃으로 핀 다

싸리나무는 사랑으로 자란다는 것을

수십 번의 여름이 오고

자식을 낳았던 한 지아비가 되면서 알았다

오늘

여름 산길에서 나도 한 묶음의 싸리 꽃을 가슴에 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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