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의 스케치북-9, 이삭여뀌
갑사로 올라가는 길에서
오른쪽 샛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작은 들꽃들을 기대하였지만
길가에는 각종 여뀌들만 무성했습니다.
여뀌. 개여뀌, 이삭여뀌, 각시여뀌.
여뀌라는 이름의 유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꽃이 붉고 그 맛도 매워서
귀신을 쫓는다는 뜻의
역귀(逆鬼)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설도 있고,
꽃대에 작은 꽃이 줄줄이 엮이듯
달려 있는 모습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일부 지방에서는 맛이 맵다고 하여
'맵쟁이'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누구는 여뀌 중
꽃이 가장 예쁜 건 이삭여뀌라고 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날 꽃봉오리가 벌어진 이삭여뀌를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이삭여뀌의 꽃말은 신중, 숙원, 마음씀입니다.
가늘고 긴 꽃대가 바람에 흔들려
이 사진을 찍는데도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붉은 이삭여뀌 저 너머로
가을이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각시여뀌
풀꽃의 노래/ 이해인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굳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좋아
바람이 날 데려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
하고 싶은 모든 말을
아껴둘 때마다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를 듣지
너무 작게 숨어 있다고
불완전한 것은 아니야
내게도 고운 이름이 있음을
사람들은 모르지만
서운하지 않아
기다리는 법을
노래하는 법을
오래전 부터
바람에게 배웠기에
기쁘게 살아갈 뿐이야
푸름에 물든 삶이기에
잊혀지는 것은
두렵지 않아
나는 늘
떠나면서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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