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가을에 2021-6

가을비

by 박용기
깊은 가을에 2021-6, 가을비


삶을 열심히도 살던
한 사람이 하늘나라로 떠나갔습니다.


제가 태어났을 때

형님은 13살


제가 백일도 되기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려워진 집안을 위해

참 열심히 사셨던 형님입니다.


전쟁 중에 맞은 제 돌에는

동네 방앗간에서 일을 돕던 13살 형님이

보릿가루 1되를 얻어와 돌떡을 해주라고 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어머니께 들었습니다.


형제자매가 많았던 우리 가족 중에서도

유난히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꾸려 애썼던 셋째형은

어머니에게는 아마 큰 나무 같았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자기 관리가 철저해

성공한 삶을 사셨으며,

일가를 이룬 후에도

기족과 형제들이 잘 되는 일에

발 벗고 나섰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많은 것들을 베풀었던

따뜻한 마음의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형님이 고단하고 힘들었던 이생의 짐을 벗고

하늘나라에 계시는 어머니 곁으로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안식하시길 기도합니다.


누구나 떠나가야 하는 길이지만

가시는 길에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려

가슴에도 가을비가 시름없이 내렸습니다.




가을비/ 조병화


무슨 전조처럼 온종일

가을비가 구슬프게 주룩주룩 내린다


나뭇잎이 곱게 물들다 시름없이

떨어져서 축축히 무심코

여기 저기 사람들에게 밟힌다


순식간에 형편 없이 찢어져서

꼴사납게 거리에 흩어진다


될대로 되어라, 하는 듯이


그렇게도 나뭇가지 끝에서

가을을 색깔지어 가던 잎새들도

땅에 떨어지면, 그뿐

흔들이 버리고 간 휴지조각 같다


아, 인간도 그러하려니와

언젠가는 나의 혼도 그렇게 가을비 속에

나를 버리고 어디론지 훌쩍 떠나 버리겠지,

하는 생각에 나를 보니


나도 어느새, 가을비를 시름없이

촉촉히 맞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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