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utumn blue 2021-3
가을 하늘
The autumn blue 2021-3, 가을 하늘
어느새 가을이 떠나갔습니다.
가을은 잠시 머물다
훌쩍 떠나는 나그네처럼
간다는 말도 없이
겨울에게 자리를 내주고 멀어져 갔습니다.
그래도 마음속엔
깊이 자리하고 있는 가을의 잔상들이
오래도록 쉽게 잊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한밭수목원 동쪽 정원에서 나와
서쪽 정원으로 가는 길 중간에
넓게 펼쳐진 남문 광장에서 바라본 가을 하늘입니다.
가을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위로 펼쳐진 널따란 파란 캔버스 위에는
흰 구름으로 그린 추상화 한 점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 그림에 빠져들던 가을 나무들도
어느새 추상화가 되었습니다.
가을 하늘/ 구재기
울타리 밑에서 호박은 핑크빛으로 늙어갔다
마른 넝쿨손이 울타리목을 잡은 게 필사적이었다
은행잎이 노라니 익어가는 언덕길 끝은
푸르디 높은 하늘
어디서, 쩡쩌엉쩡, 대낮의 장끼가 울어댔다
하루가 소리 없이 빨리도 지나가지만
다가오는 먼 그림 속 빛깔들이
바람 속에서 다투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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