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꽃-8, 개망초
가을 잎도 지고
나무들이 헐벗어가는 계절까지
꽃을 피워내는 개망초입니다.
매년 참 예쁘게 가을빛으로 물들었던
동네의 단풍나무를 찾아갔었습니다.
하지만
마른 잎 몇 개만 남은 채
아주 볼품없는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어설픈 모습을 몇 장 사진에 담고
돌아서려는데
그 옆에 개망초 몇 그루가
저에게 손짓을 했습니다.
아직 우리 이렇게 꽃을 피우고 있노라고.
꽃이 많은 계절에는
너무도 흔한 꽃이라 눈도 주지 않던 꽃이지만
이날은 참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저 멀리 낙엽들이 만들어 준
가을빛 배경으로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개망초를 사진에 담았습니다.
시인들은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있고
스러져가는 모습에
눈물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있어야
꽃이 피어난다고 말합니다.
이 꽃도
한 해를 열심히 살다 갔으니
새봄에는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겠지요?
개망초 꽃 / 안도현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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