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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May 04. 2020

 태국 요리 곳곳에 숨어있는 만능 조연, 룩친

집에서 만드는 탱탱한 미트볼의 매력

태국여행을 간다면 누구나 한 번쯤 맛을 보게 되는 요리가 있다. 약방의 감초처럼 이 요리 저 요리 곳곳에 들어가 마주치는 빈도가 높지만 정작 메뉴판에는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혹여 메뉴판에 등장하더라도 부재료를 설명하는 공간에 아주 작은 글씨로 들어가 있기 마련이다. 눈에 띄지 않지만 자신의 배역을 충실하게 연기하는 실력파 조연처럼, 다양한 요리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태국의 미트볼, 룩친(ลูกชิ้น, 영어 표기로는 lookchin 또는 lukchin)의 이야기이다. 룩친을 태국 땅에 들여온 이들은 중국 출신의 이민자들이라 알려져 있지만, 이제는 룩친 없는 식탁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태국의 식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태국 여행 중 먹은 '룩친'이 들어간 요리들


관광객으로 태국을 방문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요리를 먹을 때 곁들이는 부재료로 이 룩친을 만나게 된다. 태국식 죽 요리인 족(Jok)을 먹을 때 룩친이 들어가 있는 옵션을 선택하면 부드러움 속에서 두드러지는 탱탱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쌀국수를 먹을 때도 고명을 고를 때 고기, 고기와 미트볼, 미트볼 등의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룩친은 태국의 학생들에게 소중한 간식거리가 되기도 한다. 하교 시간의 학교 앞 거리를 지나다 보면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포장마차에서 룩친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서 룩친은 요리 속의 부재료가 아니라 오롯한 하나의 요리 대접을 받는다. 꼬치에 끼워 노릇하게 익힌 룩친을 골라 드는 학생을 지켜보면, 흙먼지 가득한 골목길임에도 불구하고 한 꼬치 집어서 베어 물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 마련이다.


각종 소시지와 미트볼을 판매하는 꼬치구이 노점


무슨 고기이든 갈아서 뭉치기만 하면 되는 미트볼의 특성상, 룩친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돼지고기, 소고기, 생선 등으로 만든 룩친이 고루 인기가 있다. 돼지고기로 만든 미트볼은 '룩친무', 소고기 미트볼은 '룩친느아', 어묵은 '룩친쁠라'로 불린다. 요리법에 따라 분류하기도 하는데 기름에 튀긴 미트볼은 '룩친텃'이라고 부르고 꼬치에 끼워서 굽거나 튀긴 것은 '룩친핑'이라고 부른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요리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는 요리이지만, 룩친을 사 먹는 태국인이 만들어 먹는 태국인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정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지금이야 정육점에서 다진 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기계가 없던 과거에 다짐육을 대량으로 만드는 일은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중노동이었을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태국의 룩친을 만들 때에는 시판되는 다짐육보다 훨씬 부드럽게 간 고기가 필요하다. 노점에서 파는 룩친도, 대부분 공장에서 나오는 냉동 룩친을 익혀서 파는 것이라고 한다.


비록 많은 이들이 편의상의 이유로 공장제 룩친을 선호한다고는 하지만, 가정에서 룩친을 만드는 일의 이점은 존재한다. 탱탱한 탄력을 형성하기 위해 사용되는 각종 첨가제 없이 신선한 재료로 맛있는 미트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푸드 프로세서와 소금, 베이킹소다, 전분, 얼음 약간만 있다면 놀라울 정도로 탱탱한 룩친을 집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문과생이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적 원리를 거쳐 성긴 다짐육이 탱탱볼처럼 탄력 있는 조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신비롭다. 신선한 고기로 만들어 그 맛이 훌륭함은 말할 것도 없다.




<태국의 룩친무 레시피>


*룩친무 재료

다진 돼지고기 500g

후추 1 tsp

마늘 5알

소금 1/2 tsp

간장 2 Tbsp

설탕 1 Tbsp

전분 2 Tbsp (타피오카 전분이나 감자전분)

베이킹파우더 1/2 tsp

얼음 반 컵

(곁들임용) 스위트 칠리소스


*룩친무 만드는 과정

(1) 돼지고기, 후추, 소금, 마늘, 간장, 설탕, 점분, 베이킹파우더를 푸드프로세서에 넣고 펄스(pulse)하며 30초 정도 간다.

(2) 고기 반죽의 찬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얼음을 한 알씩 넣으며 간다. 얼음조각이 작아지면 얼음을 하나씩 추가한다. 고기 입자가 미세해져서 페이스트(paste) 질감이 될 때까지 간다. (약 5분. 걸리는 시간은 푸드프로세서의 성능에 따라 상이)

(3) 냄비에 물을 넣고 보글보글 끓기 직전까지 온도를 높인다. 물이 보글보글 끓으면 미트볼의 표면이 부서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4) 엄지와 검지 사이로 통과시키며 작은 조각으로 끊어낸 미트볼을 숟가락으로 모양을 다듬어 물속에 넣는다.

(5) 15분 정도 익힌다.

(6) 15분 후, 미트볼이 물 위로 떠오르면 체로 건져내어 찬 물에 식힌다.

(7) 그대로 먹어도 되고 물에 불린 나무 꼬치에 끼워 기름을 두른 팬에 튀기듯 굽거나 오븐에 구울 수도 있다.



국수에 넣어먹어도 좋고 구워 먹어도 맛있는 룩친.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이 요원한 요즘, 가정에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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