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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일랑 Apr 12. 2022

치즈버거맛 미트볼

맛있는 것 총집합, 레스코바치 우슈티치


‘바비큐’ 하면 어느 나라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 미국? 호주? 아니면 브라질? 비록 이들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비큐에 남다른 자부심을 가진 나라가 발칸반도 중앙에 있으니, 바로 세르비아다. 니콜라 테슬라와 노박 조코비치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는 세르비아가 숯불 바비큐로 유명할 줄이야. 세르비아 전역에는 구운 고기에 감자튀김과 양파, 납작하게 구운 빵 등을 곁들여 파는 세르비안 바비큐 전문 식당이 즐비하다. 세르비아식 바비큐 문화의 기원에 관해서는 수백 년 전, 캅카스의 유목민들이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던 문화가 중동과 터키, 그리스를 거쳐 세르비아에 도착했다는 설명이 전해진다. 지난날 종교적 갈등을 여러 차례 겪었던 세르비아인들은 자국의 바비큐가 이슬람권의 ‘케밥’과 묶여서 이야기되는 것을 꺼린다지만, 살펴보면 비슷한 구석이 있기는 하다.


한편 세르비아 남동쪽에 위치한 레스코박은 세르비아 고기 문화의 본령이라 할 만하다. 19세기, 레스코박을 지나는 급행열차가 신설됨과 동시에 생 소시지의 유통 거점으로 거듭나면서 이곳은 세르비안 바비큐의 고장으로 자리 잡았다. 명성에 걸맞게 바비큐 문화를 기념하는 성대한 축제 로스틸리야다 Roštiljijada(바비큐라는 뜻)가 매해 열린다. 축제일이 되면 전국 각지는 물론 인근 국가의 바비큐 장인들까지 몰려들어 저마다의 솜씨를 뽐낸다고.


오늘의 고기공인 레스코바치 우스티치 Leskovački uštipci는 레스코박의 대표 요리로, 특별히 이곳 지명을 딴 요리이다. 바비큐의 본산인 만큼 레스코박에는 예부터 그릴 식당이 많았다. 그러나 손님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일부 고기는 남게 마련이고, 남은 고기는 곧잘 상해버리곤 해서 레스코박의 그릴 마스터들은 남은 고기를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했다. 그들은 곧 꼬치구이용으로 꼬치에 끼워두었던 생고기를 도로 빼다가 잘게 다져 뭉쳤다. 처음 모습은 단순한 다짐육 고기공이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언제부턴가 체더치즈를 닮은 세르비아식 치즈 카쉬카발 Kashkaval과 베이컨이 고기공 사이사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고소한 치즈와 짭짤한 베이컨이 육즙 풍부한 고기 반죽과 만난 맛이란 이보다 더 훌륭할 수 없었고, 손님들은 점점 기존 바비큐보다도 이 새로운 요리를 찾았다. 큰 인기에 힘입어, 레스코바치 우스티치는 재활용 요리라는 이미지를 벗고 레스코박을 대표하는 요리로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이만 하면 설명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는 레스코바치 우스티치를 직접 맛보며 알아볼 차례다.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다. 고기 반죽에 체더치즈와 베이컨, 파프리카 가루 따위를 넣고 뭉쳐서 그릴팬에 노릇하게 구워내면 끝. 들인 수고에 비해 맛이 뛰어나 무척 뿌듯해지는 요리다. 촉촉한 고기 육즙 사이로 퍼져 흐르는 치즈와 짭짤하고 고소한 베이컨의 조화. 맛 없기도 어렵다. 눈이 절로 감기는 맛을 우물우물 음미하고 있노라면 자연히 치즈버거가 떠오른다. 베이컨 치즈버거. 레스코바치 우스티치를 먹는 내내 나는 ‘세르비아 사람들은 ‘맛잘알’(맛을 잘 아는 사람)이 틀림없어’라고 중얼거리며 시원한 맥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재료>

소고기나 돼지고기(또는 이를 섞은 것) — 300g

베이킹 가루 — ½ 작은술

소금 — ½ 작은술

다진 마늘 — 1 작은술

햄이나 베이컨 다진 것 — ½ 컵

체다치즈 — ⅓ 컵

파프리카 가루 — ½ 작은술

샐러리잎 약간

넛맥 약간

카옌페퍼 약간

후추 약간


<만들기>


1. 고기와 베이킹 가루, 소금, 후추, 다진 마늘, 넛맥, 카옌페퍼를 잘 섞는다.

2. (1)에 체다치즈와 베이컨, 샐러리잎 다진 것을 넣고, 잘 섞는다.

3. 동글납작한 모양으로 빚은 뒤, 기름을 바른 그릴팬에서 노릇하게 굽는다.




○ 레시피 동영상은 인스타그램에 있습니다.  https://url.kr/jfm7yi

○ 출판사 린틴틴의 <고기공: 세계 미트볼 연구(2022)>에 수록된 글입니다.

    전 세계의 고기공 50여 가지를 탐구하는 책입니다.



https://url.kr/uqk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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