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숨겨진 원더랜드, 용마랜드
구글에 '버려진 장소들(Abandoned places)'을 검색해 보면 버려진 장소들, 용도했던 목적이 사라지고 존재 자체의 목적만이 남은 오래되고 을씨년한 곳이라면 전세계 어디든 그 곳의 이름과 사진,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나와 같이 어딘가 을씨년하고 으시시하지만 잔혹동화 같은 아름다움이 있는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전문용어로 "폐허덕후"라는 말도 존재하지 않는가. 어쨌거나, "50 most fascionating abandoned places in the world"같은 제목의 글의 목록에는 대개 체르노빌, 비운의 하시마섬 등이 포함된다. 최근에 작성된 리스트에는 일본의 후쿠시마 등이 추가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을씨년스러움의 강도는 약하지만, 한국의 매력적인 버려진 장소 리스트를 만든다면 꼭 포함되어야할 만한 장소가 바로 서울에 있었다. 그것도 지하철이 꽤나 가까이 닿는 용마산 기슭에. 그곳은 바로 용마랜드이다.
용마랜드에 대한 설명은, 아무래도 이런 분야의 덕후가 많은 나무위키가 가장 잘 되어있다. 가장 처음 부분만 인용해보려 한다. 나머지는 나무위키의 글을 꼼꼼히 읽어보면 참 재미있다.
서울특별시 중랑구에 있는 폐장된 놀이공원이다.
서울 용마산 기슭에 있던 작은 놀이공원으로 1983년에 개장했는데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어린이 대공원과 드림랜드라는 강력한 경쟁상대가 있었음에도 1990년대까지는 인근지역 주민들에게 그런대로 인기는 있었지만 2000년대와서는 시설의 노후화로 인해서 롯데월드나 에버랜드같은 대형 놀이공원들에게 완전히 밀려버렸고 결국 자금난으로 2011년 폐장했다. 그러나 폐 놀이기구가 그대로 남아 있는 환경 때문에 뮤직비디오 및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덩달아 프로 및 아마추어 사진가들과 코스프레어들의 출사장소로 각광받는 곳이 되어 버렸다. 이 때문에 폐장 이후는 촬영장으로 활용 중이다. 약 4년간 계속 촬영 장소로 쓰였으므로 구글 검색엔진에서 용마랜드를 치면 사진이 매우 많이 나온다.
영화 표적, 드라마 무정도시, 아이리스 2, 엔젤아이즈의 촬영지로 활용된 적이 있으며 백지영 등의 뮤직 비디오를 찍은 곳인데, 2013년 크레용팝이 이 곳에서 단돈 38만 원을 들여 찍은 빠빠빠 뮤직비디오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드라마/출연 배우의 팬이나 크레용팝 팬에게는 성지화 되어 있는 곳으로, 특히 크레용팝 팬 중 재개발 소식을 들은 해외 팬들이 방문하기도 하였다. 2015년 EXO의 'LOVE ME RIGHT' 티저 사진 촬영 장소가 되었다. 럭비 컨셉으로 체조경기장에서 찍은 사진을 제외하고 나머지 놀이기구와 함께 있는 모습은 전부 여기서 찍은 것이다. 그리고 용마랜드는 또 한 번 성지가 되었다
내가 갔던 날은 1월 한겨울이었지만, 그날따라 햇빛이 따뜻하고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패딩점퍼의 지퍼를 굳이 잠그지 않아도 춥지 않고 귀가 시렵지도 않은 온화한 날씨였다. 그래서 그런가, 겨울이었어도 같은 시간에 용마랜드를 방문한 팀이 7,8팀은 되었던 것 같다. 작은 규모의 공원이라 5팀만 함께 있어도 꽤나 자주 마주치게 된다. 입장료는 5000원. 버려진 공원주제에 무슨 입장료를 받는가 싶지만, 용마랜드에 상주하며 입장료를 받는 관리인도 최소 한 명이 있으며, 의자라든지, 미니버스나 미니기차 같은 앉을 자리에 먼지라든지 사람이 다칠 만한 날카로운 부분이 전혀 없었던 것을 보면 이 분이 최소한의 관리는 꾸준히 하는 것 같았다.
입장료는 입구에서 받는다. 내가 같을 때에는 줄 같은 것으로 입구가 고정되어 있어서 굳이 뛰어넘으려면 뛰어 넘을 수도 있었지만, 여기 문이 잠겼는데 어쩌지, 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이때 귀신 같이 관리인 아저씨가 어디선가 나타나셔서 문을 열어주셨다.
날씨 좋은 날에 용마랜드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으시시하지 않은 분위기에 의아할 수도 있다. 사실 최종 폐장된 것이 2011년이라하니,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닐 뿐더러 지금도 관리인이 상주하며 작은 부분 관리를 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색 데이트 장소 및 출사지로 유명해지고 있기 때문에 아주 이른 시간에 오지 않는 이상 외따로 이 공원을 모험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광장 같은 곳에서 보이는 데 까지가 용마랜드 부지의 거의 대부분이다. 그만큼 작은 곳이다.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의 등장 이후로 밀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어릴적 내가 살았던 대구의 앞산공원이 떠오른다. IMF와 대기업화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던 90년대까지 서울이든 지방이든 이런 작은 규모의 놀이공원이 많았던 것 같다. 대구에는 앞산공원이 있었고 수성못가의 수성랜드는 아직까지 건재하며, 구미 금오산 입구에는 금오랜드가 있었는데 아직도 잘 있는가 모르겠다.
용마랜드도 그런 곳 중 하나였을 것이다. 롯데월드니 에버랜드니 하는 것이 카드사 할인에 소셜할인을 띄우며 우리의 삶에 깊게 자리 잡기 이전, 놀이동산이 20대의 데이트장소로 자리매김하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경제와 사회가 영원히 발전할 것 같고 국민학생이나 초등학생이 초글링 소리 대신에 미래의 꿈나무 소리를 듣던 그 시절에 어느 날씨 좋은 날, 작은 아파트에 연년생 아들딸을 둔 부모님이 오늘은 용마랜드나 한번 가볼까, 하고 삶은 달걀에 과일을 챙겨 갔을 만한 그런 소소한 동네 놀이공원말이다.
용마랜드 자체는 소소하지만 나무위키에 따르면 이곳의 회전목마는 단순히 소소한 그런 녀석이 아니라 한다. 이것 역시 나무위키의 정보를 그대로 인용해 본다. 이런 류의 정보는 역시 나무위키가 최고다. 이 동네에 한 30년은 산 듯한 동네주민이 직접 말해주는 듯한 글투까지.
회전목마 이건 물건이다. 미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국내에 하나 밖에 없는 모델이라 한다. 수공으로 색칠한 건데, 여타 공원의 회전목마와 느낌이 다르다. 지붕 천막이 많이 찢어져 있고 빛깔도 바래 있지만, 사진을 찍으면 정말 60-70년대 미국 영화 장면처럼 분위기 있게 예쁘게 나온다. 모델 없이 목마만 잘 찍어도 작품이 된다. 손으로 밀면 돌아간다. 인터넷 뉴스 기사에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도색을 하지 않았다고 나와 있는데, 그냥 돈이 드니 안 한 것이다. 가운데가 구동축이라 건너편이 안 보이므로 손으로 돌릴 때는 반대편에 촬영하는 팀이 있나 살펴보고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건 불이 들어온다. 야간 촬영시에 관리실에 이야기하면 불을 켜 준다. 2016년 현재도 전기로도 돌아가는지는 알수 없는데, 유튜브에 찾아 보면 불을 켜고 돌아가는 영상이 있다. 특히 불을 켰을 때는 매우 아름답다.
꼬마 소방차(버스?)도 있다. 성인이 올라타기에는 비좁은 것을 보니 아이들 용이었나보다. 아마도 긴 막대가 돌아가며 버스가 높이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는 그런 놀이기구였을 것이다.
바이킹도 있다. 직접 올라가 볼 수도 있다.
100원짜리, 5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마치 세상을 가진 것 같았던 이런 추억의 놀이기구도 있다. 요즘 홈플러스니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에 있는 녀석들은 불이 번쩍번쩍 들어오고 요란한 소리가 나서, 이런 옛날 녀석들 같은 우아하고 단순한 맛이 나지 않는다. 내가 요런 것들을 탈 수 있던 나이였던 시절에, 대구 앞산공원에서 알라딘의 지니의 팔에 안겨 빙글빙글 돌아가는 그것을 타고 싶어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요런 놀이기구류 중에서 제일 높아서 스릴 있어 보여서 그랬지 않나 한다. 정작 그것을 탔었던가, 타지 못했던가에 대한 기억은 없다. 지니의 우람한 팔뚝 위의 좌석을 보며 올라가고 싶어 침을 흘리던 기억 밖에는.
세상에서 가장 쓸쓸해 보이는 다람쥐통도 있다. 운전하는 사람이 타기 전에 꼭 주머니에 동전을 확인하라 했던 바로 그 기구.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 딱 한번 타보고 그 다음부터 절대로 타지 않았다. 롤러코스터는 어린 시절부터 잘만 탔지만, 이 다람쥐통 안에서는 정말 수 초안에 앞으로 팍 쏠려 떨어질 듯한 숨막히는 공포를 맡보았기 때문에.
용마랜드에서 예쁘기로는 둘쨰가라면 서러울 이 SPACE FIGHTER라는 이름의 우주선 관람차. 다 같이 빙글빙글 돌다가 앞 우주선을 내려서 쏘면 잠시 내려 앉는 그런 기능도 있었다고 한다. 색이 참 예쁘다. 불안해 보이지만, 저 관람차 위에 올라탈 때 떨어질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우주 관람차 바로 옆의 건물 옥상에는 이렇게 여기저기에서 해체해서 버려놓은 놀이기구들이 모여있어 나름의 조화를 이룬다.
그 유명한 타가다 디스코도 빼 놓을 수 없다. 짧은 치마를 입고 탄 사람이 있으면 안내자 겸 운전자가 유독 그 사람 자리만 공격했었는데. 실제로 올라가보면 많이 낡아서 상당히 무섭다. 크레용팝은 어떻게 이 위에서 폴짝폴짝 잘만 뛰었을까.
나에게 있어 용마랜드는 으스스한 공포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기보다는 내가 너무 어려 파편적인 기억만 남아있는 90년대 초의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였다. 우리 부모님이 지금의 나와 몇 살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젊고 건강하고 또 가난하다기핸 뭐해도 셋방을 돌며 아껴쓰던 그 시절. 'ㅇㅇ가든' 같은 교외의 고깃집에 아빠의 첫차를 타고 가서 달콤한 돼지갈비를 배터지게 먹고 나면 참 풍족한 느낌이 들 던 그때. 최대한 잘 먹고 잘 노는 것 만으로도 하루가 충만했던 그때. 디즈니를 어설프게 따라한 각종 동물 캐릭터가 그려진 낡은 멜라민 접시들과 손잡이가 빨간 플라스틱이었던 어린이용 숟가락과 포크. 아빠는 어디 출근했는지 엄마손만 잡고 놀러갔던 앞산공원에서 텅 빈 발아래를 보며 덜덜 떨며 리프트를 탄 기억. 리프트가 오는 순간에 착 맞추어 무릎을 굽히고 엉덩이를 의자에 대는 것이 그렇게도 무섭고 떨렸는데. 아직 나는 탈 수 없었던 청룡열차가 너무 무서워보이면서도 타고 싶어서 한참을 쳐다보던 그런 기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