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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일리 Jun 18. 2023

하이엔드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것

까르띠에 팝업 [타임 언리미티드] 전시 후기

하이엔드 브랜드의 전시는 뭐가 다를까?

팝업 대전성 시대에 까르띠에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하는 전시는 어떤 모습일지, 과연 정말 다를지 늘 궁금했기에 이번달에 성수에서 진행한 (애플워치 유저이지만^^) 까르띠에 시계 팝업 전시에 다녀왔다.

출처: 까르띠에 홈페이지


이번 전시는 'Time Unlimited'라는 주제로 워치메이커로서의 까르띠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시간이라는 큰 테마 아래 까르띠에 시계의 역사적 요소들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까르띠에에 있어 시간이 지닌 가능성과 그 영감은 무한합니다.'라는 말로 전시는 시작된다.


하이엔드 브랜드 다운  


전시를 보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역시나 인테리어와 시각적인 요소들이었다. 럭셔리 브랜드답게 마치 미술 전시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브랜드 컬러인 레드를 포인트로 활용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놓치지 않은 공간을 보며 하이엔드 브랜드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성수동에서 많은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팝업과 전시를 보았지만 전시의 모든 공간을 오로지 이 브랜드만을 위한 공간처럼 느껴지게 만든 공간은 없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컬쳐 오브 디자인 존이다. 4가지 시그니처 디자인에 집중한 원형의 존으로, 바깥쪽 원형 벽에는 멀티미디어가 펼쳐지고 가운데 4개의 원형 기둥 속에 시계가 아름답게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중앙의 원형 기둥 안에는 시계가 전시되어 있는데, 마치 무중력 상태의 우주에서 떠다니는 운석처럼 기둥 안을 표류하는 듯 전시되어 있다. 함께 전시를 관람하던 관람객들 모두 이곳에서는 감탄하며 기둥 앞에서 한참을 쳐다보다 갔다. 제품의 디자인에 집중하라고 말하는 대신 집중할 수밖에 없게 전시를 해버리면 되는구나,라는 걸 여실히 느꼈던 순간이었다.

눈으로 보는 것만은 못하지만 영상으로 최대한 담아보았다. (3배속 영상)

고화질의 미디어 아트도 많은 곳에서 볼 수 있었고, 단순히 까르띠에의 역사를 설명하는 곳도 아래 사진처럼 인스타그래머블한 장면과 함께 구성되어 있었다.

빈티지 시계부터 최근 판매하는 시계까지 까르띠에 대표 시계들을 모아 둔 워치 라이브러리의 디자인 역시 독특했다. 특히 한참을 시계를 구경하고 나서 위를 올려다보면 그동안 구경한 곳 역시 시계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끔 해두어서 인테리어에 더 감탄하게 되는 듯했다.  


디자인에 헤리티지가 더해지면


마치 미술관 같은 전시장 인테리어에 일단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지만, 공간에 더 몰입할 수 있던 건 오디오 가이드 덕분이었다. 그리고 몰입도를 더 높이는 건 오디오 가이드 안에 담긴 스토리였다.


입장하면 모두에게 오디오 가이드를 주는 데 꽤 촘촘히 넘버링이 되어 있어서 마치 도슨트 투어를 듣는 듯했다. 특히 입장 후 첫 전시장인 '형태의 워치메이커'에서는 1970년대 만들어진 빈티지 시계부터 신제품까지 다양한 까르띠에 시계의 역사와 스토리를 한곳에서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고객의 실수로 파손된 시계의 모양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크래쉬의 이야기부터 욕조 모양에서 영감을 받은 베누아,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탱크 등 까르띠에의 다양한 쉐입의 시계의 탄생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특히 비행사인 친구가 비행 중 빠르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최초의 현대식 손목시계였다는 스토리는 워치메이커로서 헤리티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브랜드 헤리티지에 대한 전시 이후에는 '시간'이라는 주제에 대한 영상도 볼 수 있었다. Time to doubt, time to breath, play... 등 다양한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짧은 영상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시간'이라는 가치나 주제에 대해서도 좀 더 깊게 전시가 구성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 외에도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시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천만 원이 넘는 시계를 시착해 볼 수 있어서인지 웨이팅이 있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시착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웨이팅 존에서는 마케팅 동의를 하면 커피를 주고 포토부스 이벤트를 진행한다.


하이엔드 브랜드의 전시는 뭐가 다를까? 궁금했는데 확실히 럭셔리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전시였다. 특히 전시 공간의 퀄리티는 물론이고 디자인과 스토리가 적절히 균형 잡혀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마냥 예쁘게만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브랜드 헤리티지나 스토리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어서 까르띠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오히려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전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어디에도 '우리는 고급스럽습니다, 혹은 역사가 깊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지만 전시를 보고 나면 고급스러움, 우아함, 헤리티지에 대해 느끼고 있는 모습을 보며 브랜딩의 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전시를 보기 전에는 그저 추상적으로만 느껴졌던 서문 중 일부 - '시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선사하면서 변화하고 순환적으로 움직입니다. 까르띠에에 있어 시간이 지닌 가능성과 그 영감은 무한합니다.' 라는 문장이 조금 다르게 와닿는다. 시간은 한정적이라고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하게 변화하며 시계를 만들어 온 까르띠에처럼 그 시간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만들 수 있는 지는 무한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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