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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Apr 30. 2023

어디까지 날아가니, 민들레 꽃씨야

     

“와~~~~~, 엄마, 눈이 내려요.”

한창 달리고 있는 차 안에서 아이들이 말한다.

“눈?”     


앞 유리로 하얀 무언가가 펄펄 내려앉는가 싶더니 이내 멀리 흩날린다. 

자세히 보니, 솜털같이 생긴 민들레 꽃씨다. 

“민들레 꽃씨네.”     


꽃씨가 흩날리는 모습은 자유로웠다. 

어디에 안착할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에 이끌려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양지바른 좋은 땅에 내려앉는 꽃씨는 노란 꽃을 피울 것이다. 

강물에 내려앉은 꽃씨는 물길 따라 여행을 할 것이다.      


자유롭게 떠다니는 민들레 꽃씨, 한없이 자유로워 보였다. 

밖이었다면 꽃씨에 불쾌해 할 수도 있었겠지만 차 유리를 통해서 본 꽃씨는 낭만적이었다.      

자유롭게 떠다니는 민들레 꽃씨에 이끌려 잠시 젊은 시절의 꿈에 다다랗다.

바람처럼 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바람의 딸 한비야작가님의 책에 푹빠져 있던 시절 세계 곳곳을 누비며 바람처럼 살고 싶었다. 아들이 없는 집안에 아들 노릇을 해야 하는 장녀라는 올가미를 스스로 뒤집어쓰지 않았다면 이룰 수 있었던 꿈이다.      


일본에서 만난 한 점쟁이는

“남쪽 따뜻한 나라, 나무가 많이 있는 나라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될 거야.”

21살에 이모를 따라 들어간 처음 가본 점집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이모에게는 몇 년 후 이모부가 돌아가시게 될 것을 예견해주었다. 

안타깝게도 점쟁이의 말은 우연의 일치도 너무나도 잔인한 우연으로 맞아떨어졌지만. 

지금까지 나에 대한 조언은 딱히 맞지 않는다. 

한가지가 있다면, 책과 가까운 일을 하게 될 거라는 정도.      



민들레 꽃씨처럼 자유롭게 떠다니던 과거의 기억은 등 뒤의 세 아이의 웃음소리와 함께 현실로 돌아왔다.

민들레 꽃씨야. 어디까지 날아가니?

부디, 노오란 꽃 활짝 피워, 내년에도 또 만나자. 

내년에도 내꿈과 다시 만나게 해줘. 

           



<민들레 꽃씨가 날아가는 곳>  손남주


심부름 길에 소년은

시궁창 가를 지나다가

쇠창살 속 늙은 개의 눈과 마주쳤다   

  

‘끄응’ 그 눈이 한 번 신음했다

고개를 갸우뚱

소년은 떠났다     


돌아오는 길에 또 한 번

소년은 창살을 들여다 보았다

창살은 비어있었다  

   

소년은,

길가의 민들레 꽃씨를     

비눗방울처럼 후- 불어서          

바람 따라 멀리멀리 날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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