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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잡스 유진 Feb 15. 2024

도리도리, 부모의 도리, 자식된 도리

인생은 코미디가 아닌, 정극


도리 (道理)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길.     


우리는 도리도리 까꿍을 하며 따라하는 아기들을 보며 신기해 한다. 도리도리 까꿍은 도리도리(道理道理) 각궁(覺窮)에서 유래되었다. 세상에는 도리가 있으니 자라면서 이것을 깨닫기 바란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단동십훈(檀童十訓) 부모나 조모가 아이들에게 알려준 10가지 동작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인간의 도리,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부모의 도리, 자식된 도리는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며칠 전 시골에서 시부모님을 뵙고 온 이후로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해야 할 도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해야 할 도리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도리도리 까꿍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세상의 도리를 배워가는 모습은 참으로 신기하고 아름다운 과정이다. '도리도리'라는 말 속에는 단순히 유희를 위한 것이 아닌 사람이 마땅히 행하여야 하는 바른길이 담긴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그 의미를 생각해보니 숙연해진다.      

인간 사회에는 부모와 자식 간의 도리가 분명히 존재하며, 사회전반에서 언급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도리의 범위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는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도리‘의 범주를 생각해보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흔히들, 부모된 도리로, 자식된 도리로~, 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부모가 마땅히 지켜야 하는 도리란, 자식을 사랑하고, 보호해주며 사회의 일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물질적인 지원을 넘어 정서적, 도덕적 가치도 심어주는 일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자식으로서의 도리는 부모를 공경하고, 그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부모로서 나는 아이들에게 도리를 잘 지키고 있는 것일까? 사랑하고 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나의 뜻대로 커 나가주길 바라고 있는 것을 아닐까하는 반성이 밀려왔다. 스스로의 길을 찾게끔 서포트해 주겠다는 것이 선을 넘어 길을 만들어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꿈을 존중하고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조언자, 지원자 역할을 하자고 했던 애초의 결심은 희미해지고 있다.      


부모의 도리와 자식 된 도리를 잘 지키기 위해서는 서로를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태도가 필수적일 것이다. 각자의 고유한 생각을 이해하고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에게 바라는 바 없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 세상에 낳아놨다고 무조건적인 책임을 요구하지 않고, 내가 낳은 아이라고 내 뜻대로 키워나가서도 안 된다.           


자식으로서도 부모를 단순히 어른이나 보호자로만 보지 않고, 그들 각자가 지닌 독특한 인격과 삶의 경험을 존중해야 한다. 부모의 조언을 먼저 살아본 선생으로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하고 그들의 선택도 존중해주어야 한다. 서로를 하나의 인격체로서 거리를 유지하면 어지러지지 않는 바른길이 된다.       


부모의 도리는 자식이 스스로 두 발로 제대로 설 수 있게 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일 게다. 그러나 현실은 자식이 성인이 된 이후에서 스스로가 설 수 있도록 책임져주고 있다.      

다 큰 자식 때문에 경제적,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와, 부모로 인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자식이 있다는 것을 보면 서로의 과도한 도리지키기는 결국 양쪽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 아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적절한 시기에 도리의 범위를 재설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모는 자식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되, 자식이 성인이 되어 스스로의 삶을 책임질 수 있게 되면, 자식의 독립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도리도리 까꿍은 삶의 근본적인 자세를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우리가 가족 간에, 나아가 사회적으로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아차리게 해주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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