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했다. 남편이 묻는다. "그걸 왜 해?"
"그냥."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남편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꼭 공인중개사를 할 것도 아니잖아. 그 시간에 딴 걸 하지 그래?"
나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기회가 되면 이쪽 일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꼭 무언가가 되기 위해 하는 건 아니야. "
그 말을 하며 문득,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떠올랐다.
사실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큰 계획을 세우고 시작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항상 "이거 재밌을 것 같은데?" 혹은 "이게 좀 필요할 수도 있겠네?"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일들이 나중에 기회가 되거나 직업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사실, 큰 뜻을 품고 시작했던 일들은 어느새 저편으로 사라진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그냥'이라는 이유로 시작한 것들은, 하다 보니 길이 열리고 다른 기회로 이어지곤 했다. 예전에 잠깐 배웠던 외국어 덕분에 예상치 못한 통번역 알바를 한 적도 있고,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가 작은 수익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고, 계획도 없었다. 그저 "해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가벼움이 오히려 더 나를 움직이게 했던 것 같다.
어제 우연히 조용민 대표의 영상을 봤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도 된다. 하다 보면 그다음 스텝이 보인다."
이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크게 박수를 쳤다. 정말이지 내 삶이 그랬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모든 일이 그 계획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냥'이라는 이유로 시작한 것들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줬다.
남편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웠다. 꼭 공인중개사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은 이 공부가 내게 필요한 것 같고, 배우는 과정이 즐거우니까. 그리고 나중에 이게 어떤 기회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작할 때 너무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건 오히려 부담이 될 때가 많다.
'이걸로 뭘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공부 자체가 재미없어진다. 그저 재밌어서,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르니까라는 가벼운 이유가 지속하는 힘이 강했다.
꼭 무언가 이루지 않아도 좋다.
배우는 과정이 행복하고 천 개의 꿈을 꾸는 내가 좋으니깐.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너무 깊이 고민하지 말고, 거창한 계획을 세우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냥 해보면 안된다.
아님 말고.
인생은 기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