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쓸모

by 생각잡스 유진

처음 독서를 시작했을 땐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지식, 어휘, 표현력.
어디서든 말 한마디쯤은 똑 부러지게 할 수 있는 사람,

지식이 많은 사람
혹은 작가의 삶처럼 살아보고 싶었다.

닥치는 대로 읽었다.

책장에 하나씩 늘어가는 책들을 보며
왠지 내 인생도 조금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독서는 나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었다.



어느 정도 독서가 삶이 되었을 무렵,
책은 무언가를 쌓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내 안의 벽을 깨는 도끼였다.

무분별한 기준들, 잘못된 확신,
내 안에 오래 굳어 있던 벽들을
하나씩, 천천히 부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비우기 위해 읽는다.

누구처럼 되고 싶어서도 아니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도 아니다.

내 안의 문장을 꺼내는 열쇠다.

책을 읽다 보면,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이건 이제 놓아도 되겠구나.”
스스로를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하게 된다.



책은 나의 생각과 균형을 이루는 평형수다.

너무 멀리 달릴 때는
조용히 나를 앉히고,
너무 오래 멈춰 있을 때는
한 문장으로 다시 걷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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