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도슨트 두번째 책
당근자판기, 나는 오늘도 공간을 팝니다.
소유에서 공유로, 공간의 의미가 바뀌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당신의 집은 정말 당신의 것인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고 싶다.
서울의 대학병원 간호사였던 두 아이의 엄마는 1억 원의 빛에서 시작해 9년 만에 1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투자자가 되었다. 그녀의 성공담은 많은 이들에게 '공간=자산'이라는 등식을 각인시키고 있다.
책을 읽고 개념을 세우며 질박한 노력 끝에 성공했다. 에어비앤비 운영부터 시작해 전국을 돌며 물건을 찾고, 끝없이 연구하며 부동산 투자자로 거듭났다. 모범적인 성공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녀는 '환금률'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공간은 더 이상 머무는 곳이 아니라, 돈으로 환산되는 숫자가 되었다.
한국에서 공간, 특히 부동산은 단순한 토지나 건물이 아니다. 계층 상승의 역할이자, 노후 대비의 수단이며, 자녀에게 물려줄 유산이다. 하지만 이런 집착은 역설적으로 공간 본연의 의미를 잃게 만들었다. 우리는 공간을 '소유'하지만 실제로는 공간에 '소유당한다'.
진정한 공간의 자유는 소유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공유 공간' 문화는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코워킹 스페이스, 공유 오피스, 셰어하우스는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으로 선택되지 않는다. 이들은 공간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경험의 장소'로 재정의한다. 공간의 소유권은 없지만,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와 경험은 그 무엇보다 값진 자산이 된다.
그렇다면 소유 없는 안정, 가능한가?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세 사기, 치솟는 월세, 불안정한 주거 환경 속에서 '공유'를 말하는 것은 사치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공간에 대한 철학의 전환이 필요하다.
북유럽의 '코하우징(co-housing)' 모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의 사적 공간은 유지하되, 주방, 거실, 정원 등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소유권은 개인에게 있지만, 공간의 활용은 공동체와 함께한다. 이는 소유와 공유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제3의 길을 보여준다.
분명 단언컨대 !! 공간의 미래는 얼마나 많이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느냐로 재정의될 것이다. 서울의 젊은 세대는 이미 이를 알고 있다. 그들은 집을 사기 위해 20년을 저축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 의미 있는 공간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한다.
공간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여야 한다.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 '경험하는 것', '나누는 것'으로 말이다.
공간의 공유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다. 소유에 지친 세대의 생존 전략이자, 삶을 바라보는 철학이 달라진 것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공간을 소유하고 있는가? 아니, 어떤 공간을 살아내고 경험하고 있는가?
공간을 위한 생각의 공간이 필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