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일이 없는 나이, 국어사전에 나오는 불혹의 의미랍니다.
어느날 고개를 잠시 들었는데 제 나이가 어느덧 불혹이랍니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지 나이를 새삼 알게 된 순간 전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한 해가 지고 한 해가 오는 것이 그저 주말이 지나고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불혹이라는 나이가 되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내 인생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할까요? 지금까지 난 잘 살아 왔는가,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건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러다가 문뜩 억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전 정말 열심히 살았거든요. 그런데 전 지금 제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그렇게 재미없던 공부가 마흔살이 되고 나니 재미있기 시작했어요. 전 뭐든 늦게 깨닫는 편이였는데 공부의 필요성도 뒤늦게 깨달았어요. 공부를 못했던게 아니라,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를 몰랐던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요.
무얼하든 배우든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편인데요. 기본이 제대로 잡히면 그 위에 무엇을 접목해도 응용이 가능해요. 하지만 기본이 잘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모래성 쌓는 거나 다름이 없더군요.
'마흔살이 된다'라는 생각을 할때는 겁부터 났어요. 그런데 지금은 마흔이라는 나이를 며칠 살아보니 마음에 듭니다. 마흔살이 주는 특혜(?)가 있어요. 일단 나이를 오픈하면 상대방의 태도가 약간의 변화가 있어요. 그리고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여유는 다방면에서 진가를 발휘해 주는데요. 20 - 30대만 해도 다른 이들보다 빨리 가고 싶고, 빨리 쟁취하고 싶은 마음들이 컸는데 지금은 '남과 나는 다르다', '남의 속도가 아닌 내 속도에 맞게 가자'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다년간 경험에서 얻게 된 결과물들이 반영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불혹, 살아보니 더 흔들리고 더 어려운 나이입니다만 그래도 나쁘지 않네요.
세월이 주는 여유로움과 생각의 깊이가 그렇게 싫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