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알수록 어려운 재고관리
때론 깊고 때론 얕게 경영 전반을 살펴보는 것을 업으로 삼다보니, 이것저것 공부하다보면 경영 전반의 분야에서 얄팍하게나마 여러 지식을 얻게 된다.
나의 첫 프로젝트는 화학제품 제조업의 신규 ERP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었고, 그 중에서 재고관리를 시스템에 녹여 자동화하는 프로세스가 있어, 적정 재고를 어떻게 설정할 지 살펴보는 것이었다.
제조업, 유통업 등 생산계획을 짜거나, 재고관리를 하는 기업들의 경우 재고를 얼만큼 쌓아두고, 언제 재주문을 넣을지에 대해 필수적으로 고민할 것이다.
수많은 재고관리 이론, 재고수준 산출식들이 있지만, 실무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론 외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많기에, 쉬운듯 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적정재고 수준을 산출하는 일이다.
'재고 관리를 잘 한다'는 것은 결국,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다. 정확한 수요 예측은 생산계획, 판매계획을 원활하게 하고, 기업의 재고 보관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재고관리는 크게 3가지 단계로 나눠서 볼 수 있다.
1. 수요예측: 과거 데이터나 외부 변수를 고려하여, 미래의 수요를 예측하는 과정
` - 실무에서 자주 적용되는 정량적 수요예측 모델로는 시계열 방법론과 인과형 방법론이 있다.
1) 시계열 방법론: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의 수요를 예측, 수요의 패턴과 트렌드 분석에 용이
2) 인과형 방법론: 과거 데이터와 외부변수와의 관계를 분석해 수요 예측.
2. 적정재고 및 안전재고 산출: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을 반영하여 기업에서 유지해야 하는 재고수준 산출
1) 적정재고: 원활한 재고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재고 수준
2) 안전재고: 예측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하여 추가로 확보하는 재고수준
*과다한 재고 확보는 재고 보유비용의 증가를 초래하여, 적정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적정재고 산출 시, 1)수요변동성 2)공급 리드타임 변동성 3)재고보유비용 고려 필요
3. 재고관리 시스템의 자동화: ERP시스템을 통한 재고 보충, 주문, 관리 자동화
2단계에서 적정재고, 안전재고의 수준을 찾게 되면, 실시간 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필요 재고량 을 자동으로 계산하는 것은 물론, 재고 보충, 주문처리, 수요 예측까지 모두 ERP시스템에서 자동화 할 수 있다.
1단계 수요 예측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여러 방법론과 알고리즘이 있다. 주로 활용하는 방법론으로는 이동평균법, 지수평활법, ARIMA, holt-winters, amazon-forecast등의 알고리즘이 가장 범용적으로 활용되는 편이다.
이렇게 예측된 수요량과 변동성을 기반으로, 적정재고와 안전재고를 산출한다.
적정/안전재고를 산출하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산출식은 다음과 같다.
안전재고 = 수요표준편차 X 서비스계수 X root(공급 리드타임)
적정재고 = 운영재고 + 안전재고
수요 표준편차는, 과거 판매량에 대한 표준편차로 수요 변동성을 의미한다.
서비스 계수는 결품없이 수요를 만족시킬 확률(서비스율)을 말하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규분포의 역함수(z=안전계수)로 본다.
쉽게 말해, 100개의 주문 중 5개가 불량품이거나, 품절되어 도달하지 못했다면 그 때의 서비스율은 95%가 되는 것이며, 표준 정규분포표에서 95%를 만족시키는 계수(z)는 1.65가 된다.
통상 서비스율은 95~99%사이로 책정하며, 이 때 서비스율을 계산하는 방식에도 두가지가 있다.
서비스율1 = 납품량/수주량 X 100
서비스율2 = (재고보유일수-품절일수)/재고보유일수 X 100
위의 산식은 가장 기본적인 산식으로, 리드타임의 변동성, 공급변동성, 재고유지비용 등 세부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가장 단순화한 산식이다.
더욱 많은 변동요소를 고려할수록, 더욱 정확한 안전재고 측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변동성을 고려할수록 식이 복잡해지고, 과도한 안전재고로 인해 비용 증가가 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적정재고의 운영재고를 산출하는 기준 또한 케이스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이용한다.
운영재고는 크게 정기발주법, 정량발주법으로 나뉘는데, 정기발주란 일정주기에 따라 재고보충을 하는 방식으로 생산공정이 일정한 케이스에 주로 사용한다.
반면 정량발주는 재공량에 따른 발주방법으로 총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주문량, 수요에 따른 발주량, 평균 주문량에 따른 발주량 등 수요가 어느정도 고정되어있는 수준이거나, 대량 주문이 가능한 환경에서 재고 운송 비용을 줄이는 데 용이하다.
제품에 따라, 산업에 따라 방식을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나, 필자가 채택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판매실적 데이터 기반, 직전 12~24개월 수요변동성 확인
2. 변동성이 크지 않을경우, (변동계수 <= 0.2) 정량발주법 적용
3. 변동성이 클 경우, (변동계수 >= 0.5) 정기발주법 적용
이렇게 구한 적정재고 수준과, 과거 재고실적을 비교하면 그간 기업이 보유한 재고가 과잉인지, 부족인지 살펴볼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생산/수요계획을 짤 수 있게 된다.
굉장히 기본적인 절차들처럼 보이지만, 실무에서는 산출식에 필요한 기본적인 데이터가 없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따라서 조각의 데이터들을 모아 추정을 하거나, 임의로 가정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 있다.
최대한 여러가지 변동성들을 고려하여 산출식을 만들고,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며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좋겠다.